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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미 전술의 귀환?'...이란 핵협상에 드리운 북핵 실패의 그림자 [이우탁의 인사이트]
부시 정부, 北비핵화 단계별 이행 합의...北 살라미 전술로 지연
美, 이번엔 이란 핵무장 능력 ‘한세대 묶는 장기봉인' 의지


지난달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서 미국은
지난달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서 미국은 "우라늄 농축 20년 중단시 이란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조건부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외신이 보도했다./AP.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우라늄 농축 20년 중단시 이란 제재를 해제하겠다."

지난달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 미국이 이란에 이런 조건부 카드를 제시했다는 외신 보도를 보면서 필자는 20여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에서 도출된 ‘9.19 공동성명’이 떠올랐다. 북한이 이른바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면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주고, 북미 수교는 물론이고 다양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성명의 핵심이었다.

특히 폐쇄(동결) →불능화 →핵프로그램 신고와 검증 →폐기로 이어지는 단계별 비핵화 방안이 현장에서 취재하던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최종단계에서 이행하기로 한 폐기의 내용은 핵시설의 해체와 핵물질, 핵무기의 폐기 또는 해외반출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다.

이 합의는 중도에 방코델타아시아(BDA) 파동과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강행 등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의 중재 속에 미국과 북한은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을 담은 2007년 ‘2.13합의’를 도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일부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했고, 이듬해 6월 26일에는 의장국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영변 핵시설에서 추출한 플루토늄 총량과 플루토늄을 추출해온 영변의 5MW 원자로 가동일지, 그리고 20여개에 달하는 핵시설 리스트가 망라돼 있었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를 해외 반출하거나 동결을 넘어 영구 불능조치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북한은 개별 사안을 잘게 쪼개 협상하는 ‘살라미 전술’로 맞서며 시간을 끌었고, 결국 검증 단계에서 암초를 만나 끝내 북핵 비핵화 협상은 2008년말 좌초하고 만다.

10년 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행세하는 오늘의 모습을 보면 그때 미국이 보다 정교하고 철저하게 북한을 압박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이행했으면 어떠했을까라는 뒤늦은 회상을 하곤 한다.

김정은은 이란 전쟁의 와중에도 핵 고도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악몽’을 잘 기억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60% 수준의 농축 우라늄 440kg을 해외에 반출하는 동시에 ‘우라늄 농축 20년 모라토리엄(중단)’을 반드시 관철해야만 핵능력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카드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아울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화된 사찰도 요구하고 있다. 당초 이란에 제시했던 이란 영토내 우라늄 농축 능력의 완전한 제거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지만 20년이라는 ‘장기간 중단 모델’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통상 20년은 ‘한 세대(Generation)'로 여겨지며 4년마다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라는 변수도 비켜갈 수 있는 기간이다. 당연히 이란은 우라늄 농축 권리를 국가 주권의 일부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략 5년 정도의 일시적 농축 중단 카드를 제시했으며, 고농축우라늄 역시 해외 반출보다는 국제 감시 아래 희석하는 방식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미국과 이란 전쟁은 군사적 충돌보다는 협상 조건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는 국면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어쩌면 미국은 과거 협상이 제대로 마무리되기도 전에 미국 행정부의 교체로 북한을 압박하는데 실패했던 과거를 반면교사로 생각할 만하다. 그리고 이란 수뇌부는 20년 전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했던 ‘살라미 전술’을 세심하게 연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반정부 시위대의 재등장 등 이란 내부 상황이 심상치 않고, 미국내 여론이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우라늄 농축 문제를 핵심으로 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북한이 그러했듯이 이란도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권리를 합의문에 명시하는데 성공할 경우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핵무기 개발 노하우를 머리 속에 기억하고 있는 이란의 핵과학자들이 살아있는 한 핵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평화의 국제질서를 염원하는 것일 게다.

지난달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서 미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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