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지대…“미용 목적 사용 시 부작용 위험“

[더팩트ㅣ이예리 기자] # 지난달 2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5가 A 병원으로 향하는 계단에 시민들이 쉴새 없이 오르내렸다. 계단에는 '마운자로, 위고비 성지'라는 홍보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병원으로 들어서자 대기실에 10여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진료실에 들어간 이들은 2~3분 만에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왔고, 일제히 인근 약국으로 향했다. 약국에는 마운자로, 위고비 전용 카운터까지 마련돼 있었다. 불과 5분 새 6명이 약을 구매해 갔다.
비만치료제인 마운자로와 위고비가 인기를 끌면서 오남용 우려가 제기된다. 과체중 환자가 아닌데도 미용 목적으로 처방받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처방이 가능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2형 당뇨병 및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비만치료제로 모두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다. 모두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이거나,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BMI가 27㎏/㎡ 이상 30㎏/㎡ 미만인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마운자로와 위고비가 비만치료제로 알려지면서 오남용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엑스(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는 '정상체중의 마운자로, 위고비 후기', '정상체중인데도 마운자로 맞은 이유' 등 과체중 환자가 아닌데도 마운자로와 위고비를 맞았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일부 병·의원은 이른바 마운자로와 위고비 '성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A 병원이 있는 종로5가 일대 약국은 마운자로 일부 품절 현상도 나타났다.
한 약국에는 '마운자로 장기 품절. 예약 현황 실시간 확인 가능', '마운자로 2.5 품절, 7.5 품절' 등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B 약사는 "마운자로가 확실히 붐"이라고 했다. C 약사는 "물량이 부족해 부르는 게 값"이라며 "'마운자로 시가'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사용 범위를 벗어나 처방한 의료인을 단속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손을 놓고 있다. 식약처는 "현행 약사법령에는 식약처가 허가한 사용 범위를 벗어나 처방한 의료인을 제재할 규정이 없다"며 "처방 관련 사항은 복지부 소관"이라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의 처방은 임상 전문 영역으로 의료법상 관리할 수 없다"며 "의약품 용량·용법 판단에 행정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며, 의료 분쟁 등 문제 발생 시에도 직접 관여하기보다 사법 절차로 넘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약처의 의약품 표시나 모니터링 강화, 의료계 자정 노력 등을 통해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위험을 우려했다. 조윤정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메스꺼움과 구토감이 대표적 부작용"이라며 "환자 병력과 부작용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한 뒤 처방하는 게 원칙이지만,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며 부작용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ye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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