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511가구 격일 배달로 건강 확인
매일유업 등 20개 기업·3만명 후원 참여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4시, 어둠이 짙게 깔린 인천 부평구 한 골목. 전용욱 부평상하목장 대리점주가 200㎖ 우유 두 팩을 현관 앞 우유 주머니에 넣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안도의 미소였다.
그의 우유 배달은 단순한 물품 전달이 아니다. 직전에 배달한 우유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이는 어르신의 신변 이상을 알리는 'SOS' 신호다.
전 점주는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가끔 통화하는 분들이라 정이 많이 든다"며 "고맙다며 손수 뜬 수세미를 넣어두시는 분들을 뵐 때면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아릿하다가도, 요양병원에 가셨다거나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접하면 내가 전하는 우유 한 팩이 얼마나 귀한지를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다.
현재 부평구에는 배달원 17명이 145가구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월·수·금요일 새벽마다 우유를 전달한다. 어르신들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발소리를 죽이고 손전등 불빛도 발밑만 비추는 것이 이들의 철칙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6년 1월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과 인연을 맺은 뒤, 10년 넘게 변함없는 후원을 이어왔다. 특히 유당을 제거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로 납품을 지원하며, 해당 제품 판매수익금의 10%를 사업 재원으로 환원하는 등 선순환 체계도 구축했다. 현재 우유 안부 사업은 전국 74개 시군구의 6511가구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배달원 6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 점주는 "2018년 서울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던 당시에도 사업 취지에 깊이 공감했다"며 "소외된 어르신께 우유를 전달하며 관심을 기울이고, 돌봄 서비스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업은 지난 2003년 1월 호용한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이사장에 의해 시작됐다. 옥수중앙교회 담임 목사인 그는 골다공증을 겪는 지역 어르신들의 칼슘 섭취를 돕기 위해 우유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2007년 독거노인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호 이사장은 건강 증진 목적이었던 이 사업을 안부를 묻는 사업으로 전환했다.
100가구에서 출발한 우유 안부는 옥수중앙교회 교인이던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주가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이후 매일유업, 60계치킨, 골드만삭스 등 국내외 20여개 기업이 후원에 동참했다.
호 이사장은 2015년 12월 사단법인을 설립한 뒤 사업을 전국구로 넓혔다. 현재 개인 후원자는 3만여명, 연간 후원금은 50억원 규모에 달한다. 후원금의 약 95%가 우유 안부 사업에 쓰이며, 한 달 평균 19만개의 우유를 어르신들께 전달하고 있다.

우유 안부 사업은 격일 배달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유는 고독사의 정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통상 고독사는 사망 후 3일 이상 방치된 경우를 의미하는데, 이틀에 한 번 방문하는 우유 배달은 신변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최적의 주기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 중구와 강원도 원주시에서 우유 안부를 통해 고독사를 예방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매달 우유가 쌓이는 10여 가구 중 2~3곳은 건강 악화로 요양병원에 긴급 후송된다.
절차도 체계적이다. 주민센터로부터 관리 대상을 추천받아 어르신의 동의를 얻으면, 사단법인이 후원금으로 우유 대금을 내 안부 확인이 시작된다.
만약 우유가 쌓여 있으면, 매일유업 고객센터에서 먼저 유선 연락을 취한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사단법인과 주민센터가 협력해 가정을 방문하며, 문이 잠겨 신변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경찰 대동 하에 현관을 개방하고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고독사 수는 2020년 3279명에서 2024년 3924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층뿐 아니라 청장년층으로 고독사가 확산하는 추세다. 2024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800만 가구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경제적 궁핍이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우유 안부는 혼자 사는 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누군가가 관심을 보낸다는 정서적 지지 기반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러한 관심은 이들이 고립을 극복하고, 다시 사회로 나아가도록 재기의 발판이 된다.
호용한 이사장은 "우유를 소화하기 힘든 분께는 요구르트로 대체하는 등 세심하게 살핀다"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어르신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어르신이 평생을 사시는 동안 끝까지 안부를 책임진다"며 "후원자들의 소중한 마음이 투명하게 전달되도록 후원금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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