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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장 프리미엄 누리던 쿠팡, '총수 리스크'에 발목 잡힐까
김범석 동일인 지정…해외계열사 공시 의무 추가
와우·이츠·PB·개인정보 이슈까지 규제 전선 확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9일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했다.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9일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했다. /쿠팡

[더팩트|윤정원 기자] 쿠팡의 미국 상장사 프리미엄이 시험대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쿠팡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 '김범석 쿠팡' 공식화…동일인 지정에 규제망 안으로

공정위는 지난 29일 쿠팡의 동일인을 기존 법인에서 자연인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 지정했다. 쿠팡이 2021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동일인이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5월 1일자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김 의장을 쿠팡 기업집단의 실질 지배자로 봤다.

공정위 판단의 핵심은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 여부다.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려면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공정위는 김 씨의 역할을 고려할 때 쿠팡이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동일인이 법인에서 자연인으로 바뀌면 김 의장과 친족 관련 공시·규제 부담도 달라진다. 쿠팡은 김 의장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와 지배구조 현황 등을 새로 공시해야 한다. 특수관계인을 둘러싼 내부거래와 사익편취 규제 적용 가능성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쿠팡은 반발하고 있다. 쿠팡 측은 "김 씨가 공정거래법상 임원이 아니며, 김 의장과 친족이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소명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상태다.

◆ 외형 성장 이어지는데…고평가 부담 키우는 규제 변수

증시 관점에서 문제는 동일인 지정이 단순 행정 절차를 넘어 쿠팡의 밸류에이션 변수로 번질 수 있느냐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이지만 증시에서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성장주로 분류된다. 쿠팡Inc는 미국 델라웨어 법인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고 국내 투자자들 역시 서학개미 경로를 통해 쿠팡 주식을 매매해왔다.

쿠팡이 미국 상장 성장주로 평가받아온 배경에는 외형 성장세가 있다. 쿠팡Inc의 2025년 매출은 345억3400만달러로 전년 302억6800만달러 대비 14% 증가했다. 순이익도 2억1400만달러로 전년 6600만달러보다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상품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460만명으로 전년 동기 2280만명 대비 8% 증가했다.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한 고객 락인 효과가 실적 성장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 프리미엄이 한국발 규제 리스크와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쿠팡은 로켓배송, 와우 멤버십, 쿠팡이츠, PB 상품, 광고, 풀필먼트 등을 묶어 플랫폼 생태계를 키워왔다. 이 구조가 매출 확대에는 기여했지만 동시에 공정거래·개인정보·플랫폼 규제의 교차 지점에 놓이면서 성장주 프리미엄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20.31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378억6000만달러, 주가수익비율(PER)은 96.7배 수준이다. 장중 고가는 20.43달러, 저가는 19.96달러였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규제 이슈가 반복될 경우 성장주 프리미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결권 74.1%…美 공시와 韓 규제 '엇박자'

증권가가 주목하는 또 다른 대목은 쿠팡의 지배구조다. 쿠팡Inc의 2025년 10-K에 따르면 김 의장은 1주당 29표가 부여되는 Class B 주식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의결권의 74.1%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Class A 주식은 1주당 1표 구조다.

미국 투자자에게는 창업자 중심의 복수의결권 구조로 설명되는 지배구조가 국내 규제당국에는 실질 지배자가 명확한 대기업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 쿠팡이 미국 상장사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대기업집단 규제와 거리를 둘 수 있느냐가 이번 동일인 지정의 본질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일인 지정 자체가 당장 쿠팡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훼손하는 변수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시 의무 확대와 행정소송 대응이 곧바로 실적 충격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주는 미래 이익을 선반영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구조인 만큼, 규제 대응 비용과 사업모델 수정 가능성이 커질수록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다.

쿠팡을 둘러싼 규제 이슈가 이번 동일인 지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에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반품 무료배송뿐 아니라 쿠팡이츠 배달 혜택과 콘텐츠 스트리밍 등을 결합해 제공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구조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이커머스 시장의 고객 기반을 배달앱·OTT 시장으로 확장하는 끼워팔기 또는 시장지배력 남용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쿠팡 역시 공시에서 공정위 판단에 따라 이츠 혜택을 와우 멤버십에서 분리해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와우 멤버십의 매력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PB 상품 노출 문제도 현재 진행형이다. 쿠팡Inc 공시에 따르면 공정위는 2024년 쿠팡과 쿠팡프라이빗라벨브랜즈(CPLB)의 상품 순위 노출 관련 행위가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쿠팡은 약 1억2100만달러의 과징금 비용을 반영했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며 관련 형사 절차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이슈도 부담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고객 계정에 대한 무단 접근 사고를 인지했고, 올해 1월부터 고객 보상 프로그램으로 약 12억달러 규모의 바우처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안은 약 3370만명 규모로 알려졌고, 로이터는 해당 사안 이후 쿠팡이 한국 내 규제 관심의 중심에 놓였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일인 지정 자체가 곧바로 쿠팡의 실적을 훼손하는 사안은 아니지만, 미국 상장 성장주로 평가받던 기업이 국내 대기업집단 규제의 중심에 놓였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할인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향후 공정위 조사와 소송 결과에 따라 규제 전선이 넓어질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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