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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기판값 40%↑…삼성·SK 등 IT 공급망 '촉각'
핵심 소재 공급 마비, 원자재 조달 지연
전쟁 장기화 시 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


지난해 9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2회 국제 첨단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종류의 PCB 기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2회 국제 첨단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종류의 PCB 기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우지수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인쇄회로기판(PCB) 가격이 4월 한 달 새 최대 40% 급등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IT·반도체 업계의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동 사태 이후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번지고 있다. 핵심 소재 가격이 동시에 뛰는 가운데 운송 기간까지 길어지고 있다. 이미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을 겪고 있는 전자업계에 핵심 부품 PCB 부담까지 더해지는 모양새다.

PCB는 전자 부품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회로 기판이다. 반도체 칩이 외부와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부품으로 메모리 모듈과 AI 가속기, 중앙처리장치(CPU) 등 대부분의 반도체 패키지에 들어간다. 자동차 전장 부품과 가전, 통신 장비, 의료기기까지 사용처가 광범위해 전자 산업의 기초 인프라로 꼽힌다.

문제의 출발점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석유화학 단지다.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곳을 타격했고 PCB 적층판 제조에 필수인 고순도 폴리페닐렌에테르(PPE) 수지 생산이 중단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당 설비를 운영하는 사빅(SABIC)은 전 세계 고순도 PPE 공급의 약 70%를 담당해 왔지만 피격 이후 3주가 지나도록 공장 가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걸프 지역 해상 운송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난은 더 깊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2월 말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에 머물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해상 물류 흐름이 함께 흔들리고 있어 원자재 조달 환경 자체가 악화한 상태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국내 반도체·IT 기업의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전 비축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에 원가 압박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 뉴시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국내 반도체·IT 기업의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전 비축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에 원가 압박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 뉴시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4월 PCB 가격이 3월 대비 최대 40%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PCB 원자재 비용의 약 60%를 차지하는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최대 30% 올랐고 유리섬유와 에폭시 수지 물량도 부족해지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앞으로 수년간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보고 가격 인상을 감내하는 분위기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국내 기업도 영향권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MD 등에 PCB를 공급하는 대덕전자가 이미 가격 인상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에폭시 수지 등 화학 소재의 조달 대기 기간은 기존 3주에서 15주로 다섯 배 길어진 상태로 알려졌다.

PCB 가격은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증가로 지난해 말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AI 서버용 고사양 PCB는 회로층을 40겹 이상 쌓아 올리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고다층 기판은 일반 다층 제품보다 단가가 10배가량 높게 형성된다. 고다층 기판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지 등에 폭넓게 쓰인다. 공급 차질이 길어질수록 반도체 출하 일정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즈마크는 올해 글로벌 PCB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12.5% 늘어난 958억달러(약 14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가 상승분은 반도체 기업과 완제품 제조사를 거쳐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어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전쟁 전 가격으로 계약해 둔 물량이 남아 있어 당장 가격 여파는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점진적으로 영향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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