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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 '방문재활' 구멍···의료기사 '의사 지도'에 발목
업무수행 기준 '처방' 확대 '의료기사법' 표류
노인·장애인 "처방 확대" vs 의료계 "면허 침해, 책임 혼란"


2024년 9월 1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휠체어를 탄 환자가 내원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2024년 9월 1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휠체어를 탄 환자가 내원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통합돌봄 시행으로 거동이 어려운 국민들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에서 의료, 복지를 통합 제공받는 길이 열렸지만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의료기사가 환자 집에 찾아가는 방문재활이 원활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이 의료기사가 의사 '지도'하에서만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도 또는 처방'으로 바꿔 의료기사 방문재활이 활성화될 수 있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의사 단체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의사 단체는 의사 면허권을 침해하고 국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인, 장애인 등 정책 대상자들은 방문재활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의사 처방으로 업무수행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대표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논의 안건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복지위 간사와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은 의료기사가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에서만 업무를 수행하던 것을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처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경우 그 업무 내용을 기록, 보존하도록 해 책임 소재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 지도' 아래서만 의료기사 업무가 가능한 현행법은 의사의 물리적 지도를 필수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노인과 중증 장애인이 집에서 재활서비스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의사가 동행해 지도하지 않고 처방이나 의뢰하는 경우도 의료기사가 방문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2020년 12월부터 ‘재활환자 재택의료사업’이 시범사업으로 추진돼 왔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6년째 본사업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장애인과 노인들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에서 의료, 복지를 연계 제공받는 통합돌봄이 시작했지만 이러한 상황은 통합돌봄 구멍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노인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정책 대상자들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보건의료 중심이 병원에서 환자의 삶의 터전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현행 의료기사법은 여전히 1970년대의 낡은 틀로 환자들을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며 "환자의 절박한 현실적 처지와 편의는 외면한 채 오직 의사의 물리적 지도라는 규제만을 고집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국민들이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집에서 필수적인 재활서비스를 받을 정당한 권리마저 제도적으로 침해하며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의료계는 이 같은 의료기사법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개정안은 의사의 면허권을 침해하고, 무자격 의료행위의 법적 통로를 열어준다"며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이 배제된 상태에서 처방전 한 장만으로 의료기관 외부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며, 환자를 의료 안전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의사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환경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의 주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법적·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해당 개정안을 오는 28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하고자 했지만 의료계와 김미애 의원 반대로 제외 수순이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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