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부지 및 라인업 등 선결 과제 해결 필요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직 페스티벌을 위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빅4가 손을 잡았지만,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6일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는 대형 K팝 페스티벌 개최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4개사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페스티벌 개최를 위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4대 기획사의 참여하는 K팝 페스티벌의 개최는 지난해 10월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출범식 당시 공동위원장으로 발탁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CO(Chief Creative Officer, 최고창의성책임자)가 예고했던 내용이다.
당시 박진영 위원장은 2027년 12월부터 팬(Fan)과 현상(Phenomenon)을 결합한 패노미논(Fanomenon)이라는 이름의 대형 페스티벌을 매년 국내에서 개최하고 2028년 5월부터는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글로벌 페스티벌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박진영 위원장의 구상대로라면 패노미논 페스티벌은 국내를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은 물론이고 미국 최대 규모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를 뛰어넘는 글로벌 음악 페스티벌로 성장을 목표로 한다.
다만 아직은 법인을 설립하는 단계에 그치고 있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세부 계획 등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K팝이 주도하는 글로벌 음악 페스티벌'이라는 취지에는 대부분의 현업 종사자도 동의하고 있다.
4대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코첼라도 그렇고 해외 대형 페스티벌에서 K팝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결국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라며 "K팝의 주인은 우리인데 정작 우리나라 페스티벌에서는 K팝 아티스트를 보기 어려운 것도 이상한 일이다. 국내에서 코첼라같은 대규모 K팝 페스티벌이 열리면 당연히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고기호 회장도 "패노미논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음악산업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공연 부지나 교통, 숙박, 부대 시설 등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정부와 대중문화교류위원회 등과 힘을 합쳐 잘 준비해서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관련 업계에서는 패노미논 페스티벌 개최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두고는 다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들이 걱정하는 지점은 크게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개최 장소와 개최 일시 등 세부 계획 수립의 어려움이고 두 번째는 K팝 위주의 라인업 구성 시 차별화에 대한 우려다.
한 페스티벌 관계자 A씨는 "박진영 위원장은 패노미논 페스티벌의 개최를 2027년 12월이라고 했는데, 그때까지 고작 1년 8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법인 설립조차 완료되지 않았는데, 실질적으로 개최까지 주어진 시간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년 만에 대규모 공연장을 신설하고 교통, 숙박, 식당 등 주변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결국 기존 공연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공연장이나 페스티벌 부지의 동시 수용 가능한 인원이 4, 5만 명 수준이다"라며 "2026년 코첼라는 6일 동안 약 75만 명의 관객이 왔다 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단순 셈법으로 하루에 12만 5000명의 관객이 모인 셈이다. 이와 비슷한 규모의 페스티벌을 진행할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A씨는 "특히 서울 내에는 각종 민원으로 인해 페스티벌 개최에 여러 가지 제한이 많다. 당장 '어디서 개최하느냐'부터 난관에 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라인업의 구성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 B씨는 "방탄소년단이나 빅뱅,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블랙핑크, 에스파 등등 4대 기획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면 분명 경쟁력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분초 단위로 일정을 정하는 아티스트들이다. 다른 스케줄 등을 이유로 일부만 참가하게 되면 급격히 힘이 빠지게 될 수도 있다"며 "또 코첼라는 꼭 팝스타뿐만 아니라 7개 스테이지에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패노미논 페스티벌이 단순히 K팝 아티스트만 출연하는 페스티벌로 기획되면 '드림콘서트'나 'KCON'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 역시 패노미논 페스티벌 개최 자체를 반대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4대 기획사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이고 정부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속으로 출범한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윤동환 위원은 "패노미논 페스티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우선돼야 할 사안은 4개 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다. 각 회사를 대표하는 최고 아티스트가 모두 참여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릴 수도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총관객 50만 명 이상이 모이는 페스티벌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이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먼저 글로벌 K팝 팬의 증가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외교부가 발간한 '2023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 세계 K팝 팬은 약 2억 2500만 명으로 추산됐으며, 최근 K팝 공연의 수입 규모와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의 증가세를 고려하면 2025년 전 세계 K팝 팬은 최대 3억 명까지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이달 9일과 11일, 1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만 해도 회당 4만 4000명 씩 13만 2000명이 모였고,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등도 고양종합운동장이나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등 4, 5만 석 규모의 스타디움급 공연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이런 아티스트가 한 페스티벌에 모두 출연하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이 정도로 판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해외 유명 아티스트도 부르기 수월해진다. 큰 규모의 페스티벌은 누구라도 참여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4대 기획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첫 회는 상징성 때문에 분명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지만, 패노미논 페스티벌이 정말로 글로벌 페스티벌로 성장하고 지속되려면 비슷한 수준의 라인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윤 위원도 A씨와 마찬가지로 준비 시간의 부족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1년 남짓한 시간은 대규모 페스티벌을 개최하기에 촉박한 시간이다"라며 "그나마 다행은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페스티벌로 발생하는 경제 효과는 어림잡아도 수천억 원에 달한다.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헤드라이너급 아티스트가 대거 출연하면 개최 장소는 꼭 서울이 아니어도 문제가 없다. 실제로 시카고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정도를 제외하면 코첼라나 글래스턴베리 등은 모두 도심 외곽 공터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최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지자체가 많을 것"이라며 "다만 원활한 진행을 위한 빠른 행정처리나 부대시설과 교통편 마련 등은 분명 정부와 관공서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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