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완화 위해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도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대전 동물원 오월드에서 유실됐던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포획되면서 동물원 안전 관리 체계 전반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과 서울대공원 등 수도권 주요 동물원들도 시설 점검과 모의훈련 등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유실 방지 시설 보강을 넘어 전시가 아닌 아닌 동물 복지 중심으로 시스템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늑구는 지난 8일 오전 9시께 대전 오월드 사육장 철조망 아래 흙을 파고 빠져나갔다가 지난 17일 자정께 대전 중구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IC) 인근에서 포획됐다. 체중이 3kg 감소한 상태였다. 위장에서는 2.6cm 크기의 낚싯바늘이 발견돼 제거 시술을 받았다. 현재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나 외부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격리 관리 중이다.
농장과 동물원에서의 유실 사고는 반복돼 왔다. 2018년 오월드에서 나온 퓨마 '뽀롱이', 2021년 경기도 용인의 한 농장에서 빠져나온 반달가슴곰, 2023년 경북 고령의 한 사설 농장에서 유실된 암사자 '사순이'는 사살됐다. 같은 해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유실된 얼룩말 '세로'는 생포됐다. 당시 세로는 부모를 모두 잃고 동물원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아온 점이 유실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봉균 공주대 특수동물학과 교수는 "유실 반복은 우리나라 동물원 수준을 대변하는 문제"라며 "동물원 존재를 용인한다는 가정하에 유실되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과 동물이 본연의 생태적 행동을 표출할 환경을 제공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 하다. 법과 제도가 있어도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23년 12월부터 시행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대한 법률' 전부개정안은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했다. 동물의 생태적 특성에 맞게 서식환경을 조성하도록 했다. 다만 변경된 제도에 적응하도록 기존 동물원 대상 법 적용은 2028년 12월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기존 전시 관련 영업에는 2027년 12월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유실 사고가 발생하면 전국 동물원들은 분주해진다. 서울어린이대공원과 서울대공원도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이 보유한 동물은 51종 514마리고,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보유한 동물은 209종 1927마리다.
한 동물원 관계자는 "동물원에서 유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알려지면 일상적으로 하던 안전 점검을 아무래도 한 번 더 하게 된다"며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보완, 보강하는 차원의 점검 활동을 추가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분기별로 맹수 유실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본래 맹수 유실을 가정해 실시했으나 최근에는 초식동물까지 넓혀 훈련 중이다. 직원들은 매일 체크리스트 등을 활용해 안전 점검을 하며 늑구처럼 땅을 파는 습성이 있는 동물의 경우 시설 이상 여부를 집중해 살핀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 점검은 반기마다, 직원 대상 안전 교육은 월 2회 실시한다. 서울대공원도 매일 안전 미팅, 울타리 점검을 실시하며 반기별 각 1회씩 연 2회 유실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유실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스트레스 완화 조치도 한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이상행동을 막기 위해 매일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사냥 본능을 일깨울 수 있도록 숨겨진 먹이를 찾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한다. 진단, 건강검진에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긍정 강화 훈련도 한다. 사육사 친화 훈련, 맞춤형 환경 마련도 진행한다. 서울대공원 역시 행동 풍부화와 훈련 기반 관리를 한다. 관람객 시선을 차단할 수 있는 차폐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실 방지 대책 마련을 넘어 근본적으로 동물원 운영을 전시 중심에서 복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허가제 기준 요건에 충족될 수 있도록 동물원들이 시설 투자, 개선 등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관리, 감독하는 체계가 부족한 것 같다"며 "유예 기간 동안 좋은 동물원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하고 기준에 맞지 않는 안 좋은 동물원은 퇴출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원 보유 동물종과 개체 수를 줄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청주동물원의 경우 오락이나 전시보다 복지 우선 관리에 초점을 두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물들을 늘리기보다 있는 동물들을 잘 관리하면서 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마다 요구하는 생태적 특성이 다 다르다. 특성을 고려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유실 방지를 위한 이중 장치들을 포함해 시설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야생동물을 인간이 관리한다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다"며 "최고의 예방은 전시를 안 하는 것이다. 동물이 고유의 생태적 특성으로 살도록 두는 것, 인간의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의 예방이다. 울타리 자체가 학대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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