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각 세워 '선명성 경쟁' 해석
"룰 어긴 행위 처벌일 뿐" 일축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파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진종오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당 지도부와 한동훈 전 대표 측 사이의 대립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열흘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장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린 첫 지시는 진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실 차원의 진상조사다. 갈등의 핵심은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다. 진 의원은 해당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한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부산 북구에 별도의 거처를 마련하고, 당의 공천 방침과 결을 달리하는 '무공천'을 주장해 왔다.
당 지도부는 이를 명백한 '해당행위'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소속 의원이 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또는 타당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신동욱 최고위원 등 당권파 인사들은 "당의 기강을 흔드는 행위"라며 엄중한 조치를 촉구했다. 반면 진 의원은 "보수 재건을 다짐해야 다음이 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이러한 행보를 리더십 위기 타개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장기 외교 일정을 소화하며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명 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증명하려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증명해 내지 못하면서 되려 당내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당 외부에 있는 한 전 대표와의 대립각을 명확히 함으로써 당내 혼란을 수습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부 불만을 외부 세력과의 선명성 경쟁으로 전환하려는 취지라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직면한 당 대표가 60% 이상의 견고한 지지율을 보유한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전 대표를 공격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며 "외부 공격이 거세질수록 내부 지지층은 결집하기 마련이다. 잠재적 당권 경쟁자인 한 전 대표의 원내 진입을 저지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봤다.
다만 당은 계파 갈등으로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진 의원이 무소속 신분인 한 전 대표를 지원한 것은 당헌·당규를 정면으로 위반한 명백한 결격 사유"라며 "귀책 사유가 본인에게 있음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를 징계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공당으로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파 갈등이란 정책이나 노선을 두고 의견이 충돌할 때 쓰는 표현이지, 확립된 룰을 어긴 행위를 처벌하는 것과는 무관한 용어"라고 일축했다.

이미 지도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지자체와 지역 의원들의 '독자 행보'는 가시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현 시장이 추진하는 혁신 선대위에 이어 경기도 지역구 의원 전원이 별도의 경기도 선대위 발족을 선언했다.
문제는 이러한 '한동훈 때리기'가 장 대표의 의도대로 흘러갈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도부의 압박이 지나칠 경우 과거 이준석 전 대표 사례처럼 오히려 대상자의 정치적 체급을 키워주거나 동정론을 유발해 한 전 대표의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강경 대응에도 한 전 대표의 부산 북구 지지세가 꺾이지 않거나, 보궐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경우 그 책임론은 고스란히 장 대표에게 향해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당대표가 갈등을 전면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오 시장은 이날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선거를 앞두고는 후보들은 당이 통합적인 노선을 걷길 바란다"며 "더불어민주당만 제외하면 모든 보수와 중도까지 포용하는 입장을 취해야 선거에 도움 되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지금 장 대표는 후보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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