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중 1명 '6개월 내 퇴사'…기계가 대신하는 300인분 제육볶음

[더팩트|코엑스 강남=오승혁 기자] "불 앞에서 볶는 게 제일 힘들죠."
한 급식 조리사의 짧은 한마디에는 그동안 조리 노동자들이 감내해 온 고단함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21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우수급식·외식산업전'은 '지옥 같던' 주방이 과학과 기술을 만나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지난 2007년 첫선을 보인 뒤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이번 행사에는 전국의 급식·외식 관련 업체와 종사자들이 집결했다. 3일간 총 17번의 메뉴 시연회와 강연이 예고된 가운데, 개장 첫날 오픈 시간부터 100여 명의 현직자가 줄을 지어 입장하며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행사장은 마치 거대한 급식실과 첨단 과학실을 합쳐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수백 명의 식사를 조리하기 위한 대형 솥과 지짐판에는 저마다의 '과학'이 입혀져 있었다.
3개의 날이 회전하며 볶음밥을 만드는 기계 앞에서 한 업체 관계자는 "급식실에 취업한 조리사 3명 중 1명은 고된 노동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6개월 안에 퇴사한다"며 "무거운 식재료를 들고 뜨거운 불 앞을 지켜야 하는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은 대량 조리의 고통을 덜어주는 기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300~500인분을 소화하는 '대용량 자동 조리 로봇'이었다.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제육볶음 300인분을 단 35분 만에 완성하며, 사람이 직접 삽질할 필요 없이 로봇 팔이 식재료를 골고루 섞어준다. 조리사의 손목과 어깨를 로봇이 지켜주는 셈이다.
안전성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한 스마트 프라이어는 내부 온도를 110도로 유지하면서도 정작 기기 주변부에는 열전도가 거의 없었다. 과거 복부를 기기에 밀착하고 요리하다 화상을 입는 일이 빈번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이제는 조리사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작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맛의 진화도 확실했다. 열과 스팀을 동시에 제어하는 '컨벡션 오븐'은 베이컨 훈연부터 로스트치킨, 피자, 바게트, 심지어 밥까지 동시에 처리하며 급식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 '대량 조리는 맛을 포기한다'는 편견을 깨고, 과학적 레시피를 통해 급식이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급식의 역사는 1953년 6·25 전쟁 휴전 후 외국에서 원조받던 '빵과 우유'에서 시작되어 어느덧 70년이 넘는 세월을 쌓아왔다.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영양과 맛, 그리고 조리사의 건강까지 고려하는 '급식의 과학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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