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하면 기소제한 법, 진실규명 제약"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당한 이유 없는 병원 수용 거부와 응급조치 미시행으로 사망한 고 김동희군(5세) 관련 최근 1심 민사 재판은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며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경찰과 검사 수사 내용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동희군 유족은 의사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가 없었다면 진실이 드러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 시 기소와 수사를 제한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진실 규명이 제약된다고 지적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재판장 김동희)는 동희군 유족이 병원 2곳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양산부산대병원 의사가 응급진료를 거부했고, 2차병원 당직 의사는 적절한 응급조치를 시행하지 않아 동희군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유족에 4억원 배상을 판결했다.
앞서 2019년 10월 양산부산대병원은 편도제거 수술을 한 동희군에게 퇴원을 요구했다. 동희군은 2차 병원으로 옮긴지 이틀째 심정지가 왔다. 구급차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수술한 양산부산대병원에 2차례 수용을 요청했지만 다른 환자가 있다며 거부당했다. 병원을 찾아 헤매다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했지만 동희 군은 의식을 찾지 못하고 5개월 투병하다 목숨을 잃었다.
민사 판결에서 과실로 인정한 양산부산대병원의 정당한 사유없는 수용 거부와 2차 병원의 응급조치 미시행은 수사로 밝혀진 부분이었다. 재판부는 "부산양산대병원 전공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진료를 거부함으로써 동희군 응급처치가 지연되도록 한 과실이 있다"며 "이 과실과 동희군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희군이 입원했던 2차병원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도 과실로 인정했다.2차병원 당직의사나 대리 당직 의사가 출혈부위를 파악해 혈액을 외부 배출했다면 기도폐쇄에 의한 악결과를 방지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두 가지 과실은 모두 수사로 밝혀진 부분이다. 2023년 6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수사 결과 동희군이 입원한 2차 병원에서 불법 대리 당직 의사가 응급 치료하지 않았고, 편도 제거 수술을 한 양산부산대병원에 근무하던 전공의가 응급환자 접수 못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동희군에 대한 119센터 응급의료 요청을 기피했다며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동희군 어머니 김소희 씨는 의료진이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를 통해 의료진 과실을 알 수 있었고 이는 민사 배상 판결의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사고 6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해당 의사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아들 사망 후 3년이 지나서야 수사를 통해 의료인 과실 혐의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필수의료 경우 중과실이 아니고 손해배상하면 기소를 제한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법제화 될 경우 동희 군과 같이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의료사고 시 의사 과실을 비전문가인 환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재 사법 체계에서 환자와 가족은 수사와 재판을 통하지 않으면 진료 기록 등을 볼 수 없어 의사 과실을 증명할 수 없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특히 기소제한 조항은 동희군 사건처럼 의료인이 과실을 부인할 경우 형사와 민사에서 모두 환자에 피해를 미친다는 비판이다. 의료진이 과실을 부인해 피해자가 민사와 형사를 진행하더라도 민사 결과에 따라 의사가 손해배상 하면 결국 의사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에 민사 판결이 끝날때까지 검사가 기소를 미룰 유인이 있다. 기소 유예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의료인 과실 혐의가 밝혀지지 않으면 민사에서도 피해자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동희 군 사건은 우리나라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형사고소를 할 수밖에 없는 울분과 입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형사고소를 통한 수사가 없었다면 절대 진실을 밝힐 수 없었다. 피해자나 유족 의사와 상관없이 손해배상했다는 이유로 검사가 공소제기를 못하도록 하면 동희군 사건과 같이 의료인이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부인했을 때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손해배상 하면 검사의 공소제기를 못하게 한 형사특례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김소희 씨는 "손해배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기소를 제한하면 환자와 유족은 의료사고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고 억울함을 풀 수 없다"고 언급했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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