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차보험 손해율 87.5%…보험업계 '울상'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차량 2부제·5부제와 연계한 자동차보험료 인하 방안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5년 만에 보험료를 올린 손해보험사들이 울상이 됐다. 실제 인하안이 전면 요율 조정이나 별도 할인 특약 형태로 이뤄지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손보주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기대, 방어주 성격을 업고 재평가 흐름을 탔다. 하지만 자동차보험료를 둘러싼 정책 개입이 다시 커지면 투자 포인트가 희석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정은 지난 13일 중동 사태 대응 차원에서 시행 중인 차량 5부제·2부제로 운행거리가 줄어든 만큼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인이 생겼다고 보고, 늦어도 다음 주 중 구체적인 인하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8일부터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를 시행 중이다. 공공기관 약 1만1000곳, 공영주차장 3만 곳이 적용 대상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차보험료를 둘러싼 시차가 짧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올해 2월부터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1.4%, D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은 1.3%, 현대해상은 1.4% 수준의 인상률을 적용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인하 기조를 접고 5년 만에 인상으로 돌아선 배경은 악화한 손해율이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7.5%로 전년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사업비율까지 더한 합산비율은 103.7%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보험손익은 70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손익을 합친 총손익도 951억원으로 전년 대비 83.9%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도 회복 속도는 더디다. 대형 손보사들의 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6%대 중후반에 머물렀고, 1~2월 누적 손해율은 87.4%로 전년 동기보다 악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을 80% 안팎으로 보는 점을 감안하면 2월 보험료 인상 효과가 아직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기도 전에 적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교통사고 증가와 정비원가 상승, 부품비와 치료비 부담이 겹친 데다 그간 누적된 보험료 인하 영향까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손해율 부담을 반영해 가격을 조정한 지 채 한 분기도 지나지 않아 다시 인하 압박을 받게 됐다. 자동차보험은 형식상 자율 가격 체계지만 가입자가 2500만명 안팎에 달하는 의무보험이어서 물가와 민생 부담을 이유로 정책 개입이 반복돼 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상생금융 기조 아래 손보사들에 사실상 또 한 번의 부담 분담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가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전면 인하여부다. 정부와 보험당국은 차량 5부제 참여에 따른 사고 감소 효과를 반영한 적정 보험료율을 검토 중이지만, 업계는 일괄 인하 대신 사후 환급 방식으로 절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운행 제한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기존 마일리지 특약이나 대중교통 이용 특약과의 중복 문제도 남아 있어서다. 전면 인하로 가면 정책 효과는 분명하겠지만 손보사의 수익성 훼손 폭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 여부가 1분기보다 2분기 이후 실적 추정치에 더 직접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주요 상장 손보사의 1분기 합산 순이익 컨센서스는 소폭 증가로 형성돼 있지만,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 4개사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이 1조21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자동차보험 손익 부진이 예상보다 오래 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갱신 계약을 통해 인상분이 후행 반영되는 구조여서 2월 요율 조정 효과가 단기간에 드러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인하나 할인 특약이 더해지면 실적 정상화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환급 이야기가 나오다가 현재는 할인으로 말이 바뀌었다"며 "모든 차량들이 2부제, 5부제를 전적으로 지킬 것이라는 선의에 기대면서 내린 결론인데, 손해율 개선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현재도 손보업계의 적자 폭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차보험료 인하의 직접적 원인이 됐는데, 종전 이후에는 보험료를 다시 올리는 것을 이해해줄 지도 미지수"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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