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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개막 코앞인데 '공사 중'…영주 선비촌의 '불편한 민낯'
공사장 입구에 아무런 조치없이 쌓여 있는각종 자재와 폐기물. /김성권 기자
공사장 입구에 아무런 조치없이 쌓여 있는각종 자재와 폐기물.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따스한 봄 햇살이 내려앉은 11일 오후 경북 영주시 순흥면. 바람은 부드럽게 불고, 산자락은 연둣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한 봄날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몇 주 뒤 '2026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가 열릴 예정인 이 일대에는 축제를 앞둔 기대감보다는 어딘가 어수선하고 불안한 기류가 더 짙게 감돌고 있었다.

축제의 핵심 무대로 꼽히는 선비촌 입구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단번에 달라졌다. 전통의 멋을 기대하게 하는 공간 대신, 노란 안전콘과 차단 장비가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다. '관람구역 임시폐쇄'라는 안내문이 덩그러니 서 있을 뿐, 축제를 준비하는 현장이라기보다는 접근이 통제된 공사장을 연상케 했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공사 현장. /김성권 기자
아수라장으로 변한 공사 현장. /김성권 기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폐 콘크리트. /김성권 기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폐 콘크리트. /김성권 기자

안내문을 지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고즈넉해야 할 전통 마을은 중장비 소음과 먼지로 가득했다. 발밑의 비포장 도로는 전날 내린 비로 질퍽하게 변해 있었고, 곳곳에 고인 물은 쉽게 발을 떼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축제 기간 수많은 관람객이 오갈 길목이라기엔 기본적인 보행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상황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폐콘크리트와 건설 잔해들이 아무런 가림막 없이 널브러져 있었고, 비산 먼지를 막기 위해 덮어놓은 천막은 군데군데 찢겨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전통을 체험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정리가 덜 된 철거 현장에 가까웠다.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 A 씨(전북 전주시)는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부석사 들렀다가 기대하고 왔는데, 솔직히 당황스럽다"며 "선비촌이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품격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침전물로 섞인 토사가 아무런 대책없이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김성권 기자
침전물로 섞인 토사가 아무런 대책없이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김성권 기자

영주시는 현재 공정률이 80%에 이르고, 오는 5월 2일 개막 전까지 관람 동선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은 사뭇 달랐다. 공사 관계자조차 "공사 기간을 너무 낙관적으로 잡았다"고 인정할 정도로 일정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상황이다.

제보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체감 공정률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문제는 단순한 공정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 선비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초가지붕이 전통 짚이 아닌 인조 자재로 대체된 사실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외형은 비슷할지 몰라도, 전통의 질감과 의미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한 문화재 관련 전문가는 "관리의 편의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전통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조 자재로 대체된 지붕(뒤)과 담벼락(앞)에 설치된 전통짚이 대조된다. /김성권 기자
인조 자재로 대체된 지붕(뒤)과 담벼락(앞)에 설치된 전통짚이 대조된다. /김성권 기자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안전 문제다. 축제 기간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의 방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처럼 자재와 폐기물이 곳곳에 방치되고, 바닥이 미끄러운 상태에서는 작은 부주의가 곧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임시 동선 확보'만으로는 대규모 인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영주시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한 번 흔들린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 분위기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축제 일정에 쫓겨 '급한 마무리'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림막 없는 공사 현장을 소수박물관과 청소년 수련원 방문객들이 훤히 볼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김성권 기자
가림막 없는 공사 현장을 소수박물관과 청소년 수련원 방문객들이 훤히 볼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김성권 기자

봄빛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 아래 펼쳐진 현장은 냉정했다. 전통을 내세운 축제가 과연 그에 걸맞은 품격과 준비로 관람객을 맞이할 수 있을지, 지금의 선비촌은 그 물음 앞에 서 있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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