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첫 필드골로 2골 11도움 적립...'에이징 커브' 일축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축구에서 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흐름이고, 메시지이며, 때로는 시대를 바꾸는 신호다. 8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FC(LAFC)의 손흥민이 크루스 아술을 상대로 터뜨린 2026시즌 마수걸이 필드골은 단순한 1득점 이상의 엄청난 무게감을 지닌다. 이는 자신을 향하던 의심의 눈초리를 잠재우는 통쾌한 한 방이자, 다가오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깊은 시름에 빠져있던 한국 축구에 내리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손흥민이 터뜨린 이번 한 골은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올 시즌 ‘2골 11도움’이라는 기록의 한 줄로 정리하기엔 너무도 큰 울림이다. 최근 두 경기만 보자. 올랜도전 전반 4도움, 그리고 크루스 아술전 선제골. 단 2경기에서 공격포인트 5개, 경기당 평균 2.5개라는 압도적인 생산력이다. 이는 단순한 호조가 아니라 ‘역할의 진화’를 의미한다. 도움에 머물던 공격수가 다시 골로 말하기 시작했다. 막혔던 혈은 결국 가장 필요한 순간에 뚫렸다.
이번 득점 장면은 더욱 상징적이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낮은 크로스를 논스톱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트래핑 없이 단 한 번의 터치로 골망을 흔든 장면은 전성기 시절 토트넘 홋스퍼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손흥민식 마침표’였다. 슈팅 1개, 득점 1골. 이보다 더 명확한 해결사의 정의가 있을까.
사실 그의 침묵은 길었다. 공식전 10경기 넘게 이어진 무득점, A매치까지 포함하면 12경기 동안 골이 없었다. 그 사이 ‘에이징 커브(노쇠화)’라는 냉혹한 평가가 뒤따랐다. 지난 2월 페널티킥 득점 이후 이어진 긴 골 침묵은 33세라는 나이와 맞물려 잔인하게도 '에이징 커브' 논란으로 번졌다. 소속팀 사령탑 교체 후 전술적 적응기를 거치는 과정이었다고는 하나, 공격수에게 득점 가뭄은 언제나 꼬리표처럼 비판을 달고 다닌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주장을 맡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황은 더욱 암울했다. 홍명보호는 '전술 부재'라는 거센 비판 직면해 있었고, 지난 3월 유럽 원정 A매치 2연전에서 코트디부아르(0-4 패)와 오스트리아(0-1 패)에 충격적인 무득점 연패를 당했다. 에이스의 침묵과 국가대표팀의 부진이 겹치며 축구 팬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홍명보 감독 체제의 전술 혼선까지 겹치며 책임론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축구는 기록의 누적이 아니라 순간의 증명이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오랜 시간 정상에 군림한 이유 역시, 결정적인 순간마다 결과로 답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의 손흥민은 더 위협적이다. 시즌 초반 11개의 도움은 그가 단순한 피니셔가 아닌 ‘게임 메이커’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골까지 더해졌다. 만들고, 마무리하는 ‘완전체 공격수’로의 회귀다. 소속팀 LAFC의 상승세 역시 이를 증명한다. 공식전 11경기 무패(9승 2무), 27득점 3실점. 경기당 평균 2.45골, 실점은 0.27골에 불과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2026 FIFA 월드컵으로 향한다. 대표팀에서의 활용법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원톱 고립, 측면 과부하라는 극단적 선택 속에서 그의 장점은 반감됐다. 하지만 LAFC에서 보여준 최근 모습은 분명한 해답을 제시한다. 내려와서 경기를 만들고, 다시 전방으로 침투해 마무리한다. ‘자율형 9번’의 전형이다.
여기서 우리는 축구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점유율이 아니라 골,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말처럼, 승부는 마지막 한 번의 선택에서 갈린다. 손흥민은 그 디테일을 증명해온 선수다. 위기는 진정한 스타를 감별하는 시금석이다. 깊은 부진과 혹독한 비판 속에서도 손흥민은 변명 대신 그라운드 위에서의 실력으로 증명해 냈다.
결국 이번 한 골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다. 이는 한국 축구를 향한 신호다. 해답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남았다는 메시지다. 큰 흐름에서 보면 지금이야말로 다시 기대를 걸어볼 때다. 손흥민은 여전히, 그리고 결정적으로, 해결사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