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90억8265만원 배상 책임 인정

[더팩트|윤정원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신한투자증권 등을 상대로 낸 라임 사태 손해배상 소송 2심이 내달 막을 올린다. 1심과 유사 소송에서처럼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제공 과정의 책임이 인정되면 신한투자증권이 또다시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 2019년 환매중단에서 2026년 항소심까지…책임 공방 지속
이번 소송의 출발점은 2019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다. 라임은 2019년 7월 부실·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뒤 같은 해 10월 환매중단을 선언했고, 이로 인한 고객 손실은 1조6000억원대로 집계됐다. 이후 판매사들은 분쟁조정과 자율 배상 절차를 거쳐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줬고, 다시 운용사와 관련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는 민사 소송전이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도 그 연장선에서 2021년 4월 신한투자증권과 라임자산운용 등을 상대로 약 9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는 2025년 2월 14일 1심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신한투자증권과 라임자산운용이 공동으로 90억8265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신한투자증권의 공동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2-2부는 이 사건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오는 5월 27일로 지정했다. 1심 선고 약 1년 3개월 만에 다시 법정 공방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판매사의 배상금 회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라임 사태 책임이 판매사와 운용사에만 한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2심이 관련 금융회사의 책임 범위를 다시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 단순 지원업무였나, 실질 관여였나…쟁점은 PBS·TRS
이번 재판의 핵심은 신한투자증권이 수행한 PBS와 총수익스와프(TRS) 업무를 법원이 어디까지 책임의 영역으로 볼지다. PBS는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사에 자금 대출, 증권 대차, 자산보관, 결제, 자문 등 각종 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미래에셋증권은 신한투자증권이 라임자산운용에 PBS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펀드 구조를 떠받친 책임 주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자신들은 단순 서비스 제공자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맞서 왔다.
실제 하급심 공방에서도 양측의 시각차는 분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이 반환 의무가 없는 돈을 투자자에게 돌려줬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공동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반대로 미래에셋증권 측은 신한투자증권이 TRS 구조와 기준가 산정 문제 등에 깊숙이 관여한 만큼 단순 조력자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항소심에서도 쟁점은 신한투자증권이 어디까지 구조에 관여했는지, 그 관여가 손해와 얼마나 직접 연결되는지로 모아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법원이 PBS를 더 이상 후선 인프라 업무로만 보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심 재판부가 미래에셋증권 사건에서 공동책임을 인정한 데 이어, 같은 날 우리은행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신한투자증권과 라임자산운용에 453억2326만원 배상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판매 단계와 별개로 펀드 구조와 자금 흐름에 관여한 금융회사 책임을 폭넓게 들여다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하나은행도 유사 판단인데…신한, 2심서 뒤집을 수 있을까
신한투자증권의 부담은 미래에셋증권 사건 하나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는 2026년 2월 5일 하나은행이 라임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파산채권을 389억1575만원으로 확정했고, 이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에 대해서는 327억9197만원과 이자를 공동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나은행 사건은 미래에셋증권 사건과 당사자와 청구 구조가 다르다. 그럼에도 법원이 라임 사태에서 신한투자증권의 역할을 단순 주변 참여자로 보지 않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2025년 2월 미래에셋증권 사건에서 90억8265만원, 같은 날 우리은행 사건에서 453억2326만원, 2026년 2월 하나은행 사건에서 327억9197만원 공동책임이 각각 인정되면서 신한투자증권을 둘러싼 민사상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항소심에서 일부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항소심은 1심의 사실인정과 법리 적용이 타당했는지를 다시 따지는 절차인 만큼, 신한투자증권으로선 자신들의 업무 범위와 판매사 책임을 보다 선명하게 분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사 측이 줄곧 주장해 온 미래에셋증권의 자율 배상과 신한투자증권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별개라는 논리가 항소심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느냐가 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판결 흐름만 놓고 보면 신한투자증권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라면서 "법원이 PBS·TRS 제공 과정의 책임을 다시 인정할지, 아니면 항소심에서 일부 제동을 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세부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항소심 과정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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