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휴전 중재안 부상…해협 개방 변수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한국 선박과 선원들의 고립 상황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정부 대응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프랑스 등 일부 국가의 선박이 제한적으로 통과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해법 마련에 이목이 쏠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6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 검토 여부와 관련해 "현재로서 고려하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 대응 로드맵에 대해선 "신중한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박 26척(선원 173명)이 발이 묶인 상태다.
반면 일본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의 선박을 중심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해운사 상선미쓰이는 자회사 소유의 액화석유가스(LPG)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 밖으로 나갔다고 이날 전했다. 이는 일본 선박의 세 번째 통과 사례다. 프랑스 선주 소유 컨테이너선도 지난 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 5일(현지시간) 24시간 동안 15척의 선박 통과를 허가했다고 밝히며 선별적 개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의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추가 봉쇄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해협 통과 사례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뉴시스에 "선박의 국적과 소유주, 운영사, 화물 성격, 목적지, 선원 국적 등이 다양한 만큼 조건이 다른 상황으로 해협 운항 사례를 들어 개별 통과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과한 일본 선박은 오만·인도 선사 소속이었고, 프랑스선박도 몰타 국적 등록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한국이 협상 카드 부족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등은 이란과의 기존 관계를 기반으로 제한적 통과를 확보한 반면 한국은 대이란 제재 체제와 한미 공조 틀 속에서 독자적 접근 여지가 좁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란과 직접 협상보다는 다자 공조 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 관련) 다각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영국이 주도하는 외교장관 회의, 프랑스 주도 합참의장 회의 등 다자회의에 참석하고 이란과는 외교장관 통화를 하고 대사관을 통해 소통하는 등 계속 소통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한국 입장에선 직접 (이란과 소통) 했다가 오해 살 수 있다. 미국도 지켜보고 있다"며 "국제 공조 틀 안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란과 물밑에서 협의를 해야 한다"며 "일단 우리 국민 생명과 안전보호 차원에서 해야 한다. 나머지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정세가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휴전 이후 종전 협상으로 이어지는 2단계 중재안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파키스탄이 마련한 적대행위 종식 구상이 이란과 미국 측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중재안은 즉각적인 휴전 후 종전을 비롯한 포괄적인 최종 합의로 이어지는 2단계 접근을 골자로 한다. 다만 중재안의 구체적 내용과 수용 여부에 대해선 아직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현실화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단기 해법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재안이 성사될 경우 한국 선박 고립 문제도 돌파구를 맞을 수 있지만 협상 지연 시 해운업계 피해와 선원 안전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강 교수는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그중 상당 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는 만큼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재생에너지 전환을 병행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며 "아프리카 등 대체 공급망 확보와 함께 호르무즈·홍해 등 주요 해상 수송로 리스크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미·이란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상황에서 중견국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제3세계 국가들과의 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다자외교를 통해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외교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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