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禹 의장 재임 때 석면 언급 無
벽·천장에 도사리는 위험…"사실상 방치"

<중>편에 이어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는 석면은 최대 40년까지의 잠복기를 거친 뒤 폐암과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 질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발병 시점엔 이미 노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특히 악성중피종에 걸리면 치명률이 높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2009년부터 사용이 중단됐지만, 공공기관은 일시적으로 이용을 중단하기 어려워 제거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더팩트>는 준공 50년이 지난 국회 본관이 여전히 '석면건축물'인 현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회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석면 철거와 관리가 쉽지 않다. 석면 철거를 위해선 출입의 전면 통제와 철저한 관리 등 석면 비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아서다. 이에 문제를 드러내기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구조 자체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학교는 학생 출입이 없는 방학 기간을 활용해 석면 제거를 상당 부분 마쳤지만, 국회와 같이 시설 이용을 중단하기 어려운 곳은 부분 관리에만 의존하며 위험에 대한 문제의식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취재 결과, 국회가 석면건축물인 사실조차 내부 구성원 상당수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4년 국회에 입성해 6선을 내리 지내며 22년간 국회를 출입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회가 석면건축물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본관을 출입하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상주 직원,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석면을 조속히 제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빠르게 확보해서 석면을 제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회 본관에 상주하는 직원 중에서도 대다수가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국회에서 진행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석면 제거 공사라고 착각하는 이도 있었다. 한 직원은 통화에서 "국회가 석면건축물인 줄 전혀 몰랐다"며 "최근 진행된 공사가 석면 때문인 줄 알았다. 앞으로 출근할 때 마스크 등을 잘 착용하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1990년대에 국회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보좌관 역시 "전혀 몰랐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도 "정확히 어떤 자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본관은 여전히 '석면건축물' 상태다. <더팩트>가 국회사무처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본관 지상 1층 1369.44㎡에는 '밤라이트' 자재(백석면)가, 지상 1층과 옥탑층 천장에는 내화피복재(뿜칠재)가 4만9251㎡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뿜칠재에는 백석면뿐 아니라 청석면도 포함돼 위험도가 훨씬 높다. 석면 종류 중에서도 청석면은 발암 위험성이 가장 높은 물질로 알려져 있다. 사무처는 국회 본관 내 실내공기 중 석면농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했을 때 적정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석면 지도는 보안 사항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무처는 꾸준히 석면 제거를 해나가며 공기질 측정 등을 통해 석면 관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본관의 석면 제거 이력을 확인해 보면, △2012년 상임위 회의실(내화피복재, 183㎡)·기단부(밤라이트, 18.6㎡) △2013년 상임위회의실(내화피복재, 183㎡) △2015년 2층 제3회의장(내화피복재, 233㎡) △2017년 1층 방재실(밤라이트, 100㎡)가 전부다. 약 5만㎡에 달하는 석면 면적에 비해 제거율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민단체는 국회가 석면 지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성원들이 관련 안전 사항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지는 실내 공기질 측정만으로는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1년이 365일인데 공기질 조사는 보통 4~5시간, 길어야 24시간 진행한다. 그 정도로는 측정 당시 지진이나 비상계엄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이상 제대로 된 측정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그 표본을 갖고 측정한 수치로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비상계엄과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헬기 이착륙이나 대규모 인원 이동 등으로 평소와 다른 충격과 진동이 건물 내부에 가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석면 분진이 비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실 등 라이브 송출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전기 공사를 진행할 경우, 천장 내부를 열어야 해 부식된 석면 분진이 주변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건물 리모델링 등 각종 보수 공사까지 겹치게 되면 석면 입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실내에 퍼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회 본관에서 장시간 머무는 국회의원들, 특히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들과 본관 사무실에서 상시 근무하는 직원들은 석면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 소장은 "특히 흡연은 폐암 발병률을 훨씬 높인다"며 "국회 직원이나 의원 등이 나중에 폐암에 걸렸다고 하면, 석면 관련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친환경 국회'를 주창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의 재임 시절 동안 본관의 석면 관련 논의는 사실상 전무했다. 우 의장은 내달 29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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