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책임 크다지만…원수사 심사 체계 '도마'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지난해 하반기 농협손해보험 질병보험 가입자 100명 중 6~7명이 보험금 청구 후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대리점(GA)이 무리하게 영업을 펼친 탓이라는 해명이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언더라이팅 체계 보완과 영업 단계 관리가 미흡했다는 시각이다.
3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농협손해보험의 질병보험 청구 이후 해지비율은 6.88%로 집계됐다. 질병보험 가입자 100명 중 6~7명꼴로 보험금을 청구한 뒤 증권이 해지된 셈이다.
집계에 참여한 손해보험사 16곳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아울러 주요 손해보험사 5곳인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해지비율이 0.05~0.98% 범위에 분포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 농협손해보험에 청구된 질병보험 증권 1018건 중 70건이 해지됐다. 질병보험은 암·뇌·심장질환 등 중대질환 진단금과 치료비를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된 상품이다. 계약 전 고지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보장 여부가 갈릴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빈번한 영역으로 꼽힌다.
농협손해보험은 GA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고지의무 위반 등 불량계약이 대거 유입된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보험금 청구 심사 단계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되며 해지 건수가 일시적으로 늘었고, 덩달아 비율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청구 이후 해지는 크게 '청구 후 해지'와 '부지급 후 해지'로 나뉜다. 청구 후 해지에는 품질보증해지와 민원해지 등이 포함된다. 영업 과정에서 약관과 다른 설명이 이뤄졌거나 민원 제기 이후 보험사가 이를 인정한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이다. 통상 청약 철회는 한 달 이내에만 보험료 전액 환급이 가능하지만, 품질보증해지와 민원해지는 가입 기간과 관계없이 납입 보험료를 모두 돌려준다.
보험금 부지급 후 해지에는 고지의무 위반 해지와 보험회사 임의해지 등이 있다. 이 경우에는 가입자 책임이 더 크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가입 단계에서 질병 등을 알리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해지 비율이 높은 현상이 가입자 귀책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고지의무 위반이 대표적으로, 병력이나 치료 이력이 청구 과정에서 드러나며 해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만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량계약이라 하더라도 원수보험사의 책임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GA가 1차 심사를 거쳐 영업을 진행하더라도 최종 인수 여부는 원수사가 판단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계약을 걸러내지 못했다면 언더라이팅 체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GA를 통해 문제 계약이 발생할 경우 원수사는 GA에 지급한 수수료를 환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어 민원 조사 과정에서도 원수사가 직접 개입하는데, 이는 판매 주체가 GA라 하더라도 최종 책임은 원수사에 있다는 업계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농협손해보험은 점유율이 낮아 모수 자체가 작기 때문에 비율이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라는 입장이다. 전체 보험금 청구 건수가 타사 대비 적어 소수 해지 건수 변동에도 비율이 크게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사한 규모의 보험사들과 비교하면 이러한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질병보험 청구 건수가 비슷한 한화손보는 1260건 중 21건으로 1.67%, 롯데손보는 871건 중 1건으로 0.11%, KB손해보험은 668건 중 5건으로 0.75% 수준에 그쳤다.
현대해상과 비교해도 단순한 모수 차이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해상에 접수된 질병보험 청구 계약 15만7822건 중 해지 건수는 80건으로 0.05%에 불과하다. 해지 건수만 놓고 보면 농협손해보험과 10건 안팎 차이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언더라이팅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된다. 농협손해보험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질병보험 청구 이후 해지비율이 5.05%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사의 무리한 영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증권 심사 과정에서 원수사의 책임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전반적인 언더라이팅 체계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