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피지컬 음반의 75.5%를 LP가 차지
K팝 그룹의 LP 발매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K팝 그룹의 LP(long-playing record, 바이닐 레코드판) 발매가 점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20일 다섯 번째 정규앨범 'ARIRANG(아리랑)'을 발매한 방탄소년단은 피지컬 음반으로 디럭스 버전과 스탠다드 버전 LP를 함께 발매했고, 초기 물량은 빠르게 품절됐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더블랙레이블 등 주요 K팝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LP를 함께 발매하는 일은 이제 그리 색다른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형 기획사뿐만 아니라 중소기획사에서도 LP를 발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과거 앨범을 LP로 재발매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들이 LP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그만큼 LP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관리국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LP시장은 2019년 2700만 달러(약 414억 원)에서 2022년 8500만 달러(약 1305억 원) 규모로 커졌으며 향후 1억 7200만 달러(약 264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LP 브랜드 레코드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는 엠피엠지 뮤직의 서현규 이사는 "2023년 LP 플리마켓인 '레코드 라운지 마켓'을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방문객의 수나 규모가 확실히 커졌다"며 "초기에는 엠피엠지 사옥 1층 공간에서 진행되던 것이 셀러와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사옥 2층까지 공간을 넓혀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LP시장이 커지고 있는 게 확실히 체감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궁금한 부분은 LP가 인기를 얻는 이유다. 사실 LP는 다루기 상당히 까다로운 음악 저장 매체다. LP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턴테이블의 수평이나 바늘의 상태, 음압, 회전 속도 등 여러 부분을 신경 써야 하고 앰프와 스피커는 물론 경우에 따라 포노앰프까지 연결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또 LP 자체도 먼지나 이물질이 묻지 않게 전용 청소도구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블루투스로 '딸깍' 연결하고 곧바로 재생하는 최신 음향 매체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이런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LP를 찾는 첫 번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꼽는다. 오랜 기간 LP를 수집해 왔다는 한 레이블 대표 A씨는 "LP는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음악 저장 매체 중 가장 오래된 형태다. LP만 낼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과 사운드가 있어서 번거롭더라도 LP로 음악을 듣는 애호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음악 애호가의 입장이고 현재는 소장용이나 인테리어의 목적으로 LP를 구매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A씨는 "당장 카페만 가도 LP와 턴테이블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제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더라도 심미적인 용도나 소장용으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엠피엠지 서현규 이사 역시 "최근에는 턴테이블도 블루투스 재생을 지원하거나 디자인적으로 예쁜 기기들이 많이 나왔다. 이처럼 접근성이 좋아진 점도 LP를 구매하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턴테이블이 없어도 단순 소장용이나 전시용으로 LP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서 이사는 "또 LP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4~5만 원 대에 형성된다. LP 한 장 살 금액으로 CD는 2장에서 3장을 살 수 있다. 팬 사인회 등의 이벤트 응모를 위해 다량 구매를 하기 어렵다 보니 소장용으로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격뿐만 아니라 '희소성'의 측면에서도 LP는 상대적으로 소장가치가 높다. A씨는 "과거 소속 가수의 LP를 직접 제작한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CD보다 LP가 제작 단가가 더 높다"며 "또 LP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구(音溝, LP에서 소리를 재생하는 홈)를 찍어내는 틀도 같이 제작해야 하는데, 하나의 틀로 평균적으로 300장 정도 찍으면 교체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인디 가수들이 2~300장 한정으로 LP를 발매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 K팝 그룹은 경우가 다르겠지만 애초에 LP는 대량 생산이 어려운 매체라서 CD처럼 수십만 장씩 찍어낼 수는 없다. 희소성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소장용으로 인기가 올라가는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LP 발매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년 연간 음악 산업 매출 보고서에 따르면 LP 시장의 규모는 19년 연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특히 2025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 10억 4290만 달러(약 1조 5943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2025년 전체 음악 매출액 115억 3530만 달러(약 17조 6455억 원)의 약 9%에 해당하며, 피지컬 음반 매출로 한정하면 75.5%에 달한다. 반면 CD 매출액은 3억 1240만 달러(약 4783억)에 그쳤으며 전년대비 매출은 7.8%, 수량은 11.6% 감소해 갈수록 영향력을 잃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K팝 피지컬 음반 소비국가 상위 3개국은 일본(27%) 중국(23%) 미국(21%)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K팝의 주요 수출국으로 올라선 만큼 LP 중심의 시장 현황을 무시하기 어렵다.
A씨는 "이제는 K팝 그룹의 미국 진출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됐다.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K팝 그룹의 LP 발매가 활발해진 데에는 미국 내 피지컬 음반 시장 상황도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며 "점점 더 LP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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