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하게 드러나는 역량과 성장
무심한 듯 깊게 파고드는 공감과 위로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걸그룹 레드벨벳(Red Velvet) 아이린은 아이돌 중 손꼽히는 비주얼 멤버다. 도회적이고 차가운 이미지가 있어 연예계 대표 '냉미녀'로 불린다. 좀 더 들여다 보면 의외의 애교 넘치는 모습과 유쾌하고 털털한 매력이 있고 여기에 팬들이 빠져든다. 그의 음악도 그런 뻔하지 않은 매력이 있다.
아이린이 지난 30일 첫 정규 앨범 'Biggest Fan(비기스트 팬)'을 발매했다. 첫 솔로 앨범인 미니 1집 'Like A Flower(라이크 어 플라워)' 이후 1년 4개월 만의 신보다. 동명의 타이틀곡 'Biggest Fan'을 포함해 일상 속에서 마주하고 깨달은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 10곡을 수록했다. 다채로운 장르로 한층 넓어진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 앨범은 아이린의 역량과 성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팬들의 변함없는 응원 속에서 아이린이 스스로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가 돼 단단해지는 여정"이라는 앨범 소개처럼 그는 무료한 일상의 특별한 감정과 좌절 속에 피어난 희망을 노래하고 스스로를 찾으면서 믿음과 연대로 나아간다. 그 방식이 무심한 듯 하지만 그 온기가 제법 따뜻하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Biggest Fan'이 선두에 선다. 경쾌한 그루브가 돋보이는 베이스에 리드미컬한 드럼 기반의 여유로운 내레이션 랩과 중독성 있는 챈트 라인이 어우러진 밝은 에너지의 팝 댄스곡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자신이 깨달은 가치를 바탕으로 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전하고자 하는 진솔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 곡은 아이린이 가진 이미지와 그와는 다른 반전 매력을 모두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감과 위로가 키워드지만, 마냥 따뜻함으로 포장하기보다는 당당한 자신감과 함게 도도하게 다가가 꼭 안아주는 자세를 취한다. 당차고 유쾌하면서 따뜻하다.

도입부에 시크한 톤으로 'My worth 다채로운 이 Aura 다 내 안에 있어'처럼 자신의 당당함을 앞세우다가 톤을 끌어 올려 '지금 난 Beautiful 수없이 그렸던 장면 속 내가 있어', '지나온 시간 속 열린 내 세상들 모든 순간 나를 더 빛내 Shine'라고 말하는 모습이 '냉미녀'의 이미지 그대로다.
이후 좀 더 선명한 톤으로 '이젠 알 것 같아 걱정 따위는 Pass 너에게도 줄게'라고 외치며 청자에게 손을 내밀고 '날 깨운 네 마음 반짝인 Confidence 서로를 비추는 Eyes'라면서 연대로 나아간다. 곡 설명처럼 나의 당당함을 먼저 찾은 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Biggest Fan'의 의미를 완성하는 서사다.
아이린은 그 흐름에 맞게 다양한 톤을 내는데 모든 구간에서 안정적이고 탄탄하다. 그러한 면모는 이어지는 트랙들에서도 빛을 발한다.
앞으로 마주할 날들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나아가겠다는 아이린의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알리는 얄인비 팝 'Best Believe(베스트 빌리브)'에선 타이틀곡의 당당한 조언과 달라진 포근한 목소리로 믿음과 기대감을 얘기한다. '따라라라 둥둥' 등의 귀여운 구간과 밝은 목소리의 합창 구간이 더해져 아기자기한 맛이 물씬 느껴진다.
은은한 신스 사운드가 특징인 하우스 기반의 일렉트로 팝 곡 'Don't Wanna Get Up(돈트 워너 겟 업)'에서 아이린은 완전히 다른 목소리와 분위기를 꺼낸다. 끈적한 보컬로 시작해 가성을 적극 활용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낸다. 이를 통해 초월을 경험한 화자의 이야기를 신비롭게 전한다.
타이틀곡부터 3번 트랙까지 왔을 때 이미 아이린이 곡의 이야기와 장르에 따라, 한 곡에서도 기승전결에 맞춰 다양한 톤의 목소리를 낸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는 앨범의 중반부를 거쳐 후반부로 갈수록 더 극대화된다.

아이린은 'Face To Face(페이스 투 페이스)'에서 담담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주는 보컬로 스스로 지닌 모습을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노래하고, 'Million Miles Away(밀리언 마일스 어웨이)'에서 살랑이는 바람 같은 목소리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으로 훌짝 떠나는 순간을 표현한다.
앨범은 이어지는 트랙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SPIT IT OUT(스핏 잇 아웃)'과 'Black Halo(블랙 할로)'는 이 앨범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트랙이다. 이에 맞춰 아이린의 색다른 면모도 더 강렬하게 전달된다.
'SPIT IT OUT'은 강렬하고 웅장한 무드의 팝 댄스곡이다. 아이린은 강렬한 비트를 유연한 보컬로 타고 놀며 부정적인 감정들도 모두 솔직하게 표출해도 좋다고 얘기한다. 마지막에 고음으로 '대담하게 Break it 솔직하게 마음을 뱉어 끝내 녹아버린 Silence 크게 Spit it out, spit it out Spit it out'이라고 외칠 때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Black Halo'는 읊조리듯 시작해 절규하듯 감정을 토해내는 구성이 드라마틱하다. 아이린은 헛된 기대와 희망을 내려놓는 순간을 '가끔은 말야 내일이 오지 않았음 해'처럼 독백하듯 써 내려가고 '좌절을 음미해 봐'라는 스산한 전개까지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이끌어간다.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눈이 아니라 귀로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렇게 마지막 트랙 'Wasteland(웨이스트랜드)'에 이르면 배우의 연기도 좋고 스토리도 극적이면서 짜임새 있는 10화짜리 드라마를 압축해 본 것 같은 다양한 감정과 마주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더 나아가 공감과 위로에까지 닿는다. 아이린은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이끌어간다.
그게 아이린의 역량과 성장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미모로 더 부각됐던 아이린이 아닌, 아티스트 아이린을 새롭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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