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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D'인데 성과급 2500%?…한투증권, 실적 잔치만 앞서나
지난해 순익 2조135억원·배당 1조8200억원
기관경고·MTS 오류 겹친 '신뢰 시험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 대비 2500%도 거론된다. /더팩트 DB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 대비 2500%도 거론된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첫 순이익 2조원 달성과 함께 역대급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내부통제 부실과 전산 오류가 잇따른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과 배당이 먼저 부각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적에 걸맞은 통제 체계 보강과 시스템 안정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신뢰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역대급 성과급에 고배당까지…'지주 배불리기' 시선도

지난해 증권업계는 증시 활황과 거래대금 증가, 운용 수익 확대를 배경으로 전반적인 실적이 개선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2조3427억원, 당기순이익 2조135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연간 순이익 2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82.5%, 순이익은 79.9%나 뛰었다. 특히 운용 부문은 전년 대비 76.3% 늘며 실적 증가를 이끌었고, 브로커리지는 41.8%, 자산관리(WM)는 29.1%, 기업금융(IB)은 14.9% 증가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성과급도 역대 최대 수준이 거론된다. 한국투자증권의 관리직 전사 경영성과급은 기본급 대비 1800% 수준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2000%를 넘어 최대 25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성과급 일부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할 수 있도록 신청을 받는 절차도 진행 중이며, 올해부터는 영업직군까지 대상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 확대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시장의 관심이 실적 자체보다 보상 규모에 먼저 쏠리고 있어서다. 일부 증권사가 내부통제 이슈 발생 시 임원 성과급을 차감하는 장치를 두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관련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액 성과급만 부각되는 형국이다.

성과급 논란과 맞물려 배당까지 시장의 눈총을 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순이익 2조135억원과 맞먹는 1조820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이 가운데 1조2000억원은 지난해 12월 중간배당으로 지급됐고, 나머지 약 6200억원은 올해 3월 결산배당으로 확정됐다. 배당성향은 90.54%로 전년 49.36%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배당 구조는 일반적인 주주환원과는 결이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상장사로,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배당금을 전액 수령한다. 결과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벌어들인 이익이 대규모로 모회사로 이전되는 구조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2025년 배당성향은 25.1% 수준이다. 외형상 지주 차원의 주주환원은 완만하지만 실제 재원은 자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 지배구조 D등급에 기관경고까지…실적과 엇갈린 평가

논란의 배경에는 취약한 내부통제 평가도 자리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2025년 ESG 평가 지배구조 부문에서 한국투자증권에 최하위인 'D등급'을 부여했다. 한국ESG기준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부문에서 중대규제와 준법리스크 관리 수준을 토대로 등급을 매긴다. 같은 비상장 증권사 중 신한투자증권은 'A', KB증권·하나증권·우리투자증권 등은 'B+'를 받았다. 실적 1위와 지배구조 최하위 평가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한국금융지주 또한 지배구조 부문에서 금융지주 중에 유일하게 'A'가 아닌 'B'등급을 받았다.

여기에 금융당국 제재도 이어졌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2월 채권형 랩·신탁 운용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한 9개 증권사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한국투자증권는 '기관경고'까지 받았다. 당시 금융위는 해당 사안을 중대 위규 행위로 규정하고 CEO를 포함한 전사적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투자증권 강남지점 직원의 고객 자금 유용 사건도 발생했다. 수억원 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단순 개인 일탈이 아니라 내부통제 취약성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와 준법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내부통제 문제는 전산 신뢰 이슈와도 맞물린다. 지난 5일 한국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일부 퇴직연금 계좌의 보유 수량과 평가손익, 수익률 등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불과 이틀 전인 3일 MTS 전면 개편 이후 발생한 문제로, 금융감독원도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검토에 착수했다.

전산 오류는 수차례째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 1월 코스피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시점에는 MTS 접속 지연이 발생했고, 지난해 10월에도 장 초반 접속 지연과 호가 조회 오류가 있었다. 2022년 8월에는 본사 전원 공급 문제로 HTS와 MTS 서비스가 약 15시간 중단됐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전산 문제가 되풀이된 셈이다.

이와 함께 한국투자증권의 전산 투자 감소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전산운용비는 351억원으로 전년 480억원 대비 27% 줄었다. 5년 누적 기준으로도 대형 증권사 가운데 낮은 수준이다.

◆ 소비자보호 강화 나선 한투증권…내부통제 보완 추진

한국투자증권은 성과급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통제와 관련해서는 "특정 운용사나 상품에 판매 비중이 과도하게 집중되는지 분기별로 점검하고, 과도한 영업 관행이나 잠재적 리스크를 조기에 파악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 측은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를 강화하며 상품 투자 전 과정에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단순 규정 준수를 넘어 고객 보호를 위한 선제적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사장 직속의 소비자보호 태스크포스(TF)도 신설했다. TF에는 개인고객그룹장, 최고고객책임자(CCO), PB전략본부장 등 고객 접점과 상품 기획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이 참여한다. 상품 아이디어 단계부터 리스크를 점검하고, 판매 과정의 적정성과 투명성, 사후관리 체계를 일원화해 관리하는 구조다.

투자자 보호 장치도 확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단기매매·집중투자·신용거래 등에 대한 경고 문구를 하루 1~2회 제공하는 '투자 유의 팝업'을 MTS에 적용했다. '과도한 집중투자와 단기매매, 신용·대출을 이용한 주식투자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미확인 루머나 문자 등을 통한 투자 유인 행위에 대한 주의 안내가 포함된다. 투자자가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금융취약계층 보호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영업점에는 고령자·장애인 전용 창구인 '아름다운 배려창구'도 설치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고령 투자자와 부적합 투자자를 대상으로는 강화된 기준의 해피콜을 실시해 판매 적정성을 추가 점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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