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약해 실효성 의문…패가망신 인식 심어줘야"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배우 이재룡(62) 씨가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이른바 '술타기' 혐의로 송치된 가운데 최근 음주측정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게 잇따라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시점의 음주량 측정을 피하기 위해 추가로 술을 마시는 술타기를 막기 위해 음주측정 방해 혐의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이효은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도 명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22일 오후 8시18분께 서울 영등포구부터 구로구까지 약 6.4㎞를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음주측정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상대방 차주로부터 "술 냄새 난다. 112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듣자 현장을 이탈했다. 이후 지인 집 2곳을 찾아 맥주 1캔과 소주 0.5병을 마셨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A 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22%가 측정됐지만, 추가 음주로 운전 당시 수치는 정확히 산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에 따른 신체·재산상 위해 가능성과 폐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음주측정 방해죄를 범한 피고인을 엄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사회 내 처우를 통해 성행을 개선할 기회를 부여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도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방해 혐의를 받는 B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도 명했다.
B 씨는 지난해 6월18일 오후 6시30분께 경기 부천시에서 서울 구로구까지 약 11㎞를 음주 상태로 운전한 뒤 추가로 술을 마셔 음주측정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모텔에 도착한 B 씨는 지인 등과 승강이를 벌였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지인에게 "혹시 음주운전을 했냐"고 묻자 발각될 것을 우려해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 1캔을 사서 마신 뒤 돌아왔다.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로 측정됐지만, 운전 당시 수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음주측정 방해죄는 사회적으로 위험성이 큰 음주운전의 증명과 처벌을 어렵게 하고 공권력을 경시하는 범죄로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단했다.
술타기를 음주측정 방해 행위로 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시행됐다. 가수 김호중(35) 씨가 지난 2024년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술타기를 한 사건을 계기로 개정되면서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으로 불린다.
음주측정 방해 혐의가 인정되면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측정 방해 혐의로 기소돼도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사무처장은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40%를 넘을 정도로 반복성이 높은 범죄"라며 "집행유예가 나오는 사례가 계속되면 술타기와 같은 편법이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법원이 더욱 엄정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처벌을 강화하고 감형 여지를 줄여 '한 번 적발되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8일 이재룡 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 후 미조치·음주측정 방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 씨는 지난 6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구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인근에서 차를 몰다가 중앙분리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증류주 1병과 고기 2인분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가 술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음주측정 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inj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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