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통화·외환 정책 영향…감독 역할 강조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정책 협의체에 금감원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외환 정책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가운데, 현장 감독을 담당하는 금감원이 논의 구조에서 배제될 경우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협의체 구성 여부를 둘러싼 당국 간 역할 조정도 2단계법 논의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가상자산 2단계법 도입 시 금융사고 예방 및 감독·조사체계 관련 건의사항'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건의안에는 스테이블코인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실효성 있는 논의·협의를 위해 주요 감독·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금감원을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순한 정책 자문을 넘어 실제 감독·검사 경험이 반영돼야 제도가 작동할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일부 법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협의체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중심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발행인 인가 심사, 발행량·유통량 관리, 준비자산 점검 등 핵심 실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빠질 경우 정책 설계와 집행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도 설계와 감독 집행이 분리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연동된 구조를 바탕으로 결제·송금·투자 등 다양한 금융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통화정책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증권 결제 인프라나 국제 송금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준(準)화폐'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실시간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직접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감원은 해외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의 감독협의체(Supervisory College)나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인증심사위원회 등 주요국의 경우 중앙은행뿐 아니라 감독기관이 함께 참여해 발행 승인, 유통 관리, 준비자산 감독 등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 규제 흐름과의 정합성을 고려할 때 국내 역시 감독당국을 포함한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건의는 최근 빗썸의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등으로 드러난 가상자산 시장의 내부통제 미비와 감독 공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 금감원은 협의체 참여 외에도 △보관 자산과 장부 일치 여부를 상시 점검하는 잔고검증 의무 △다중승인·접근권한 관리 등 내부통제 절차 법제화 △정보기술 투자계획 수립 및 침해사고 대응 의무 △중대 위반 시 영업정지 근거 마련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도입 등을 함께 제안했다. 사실상 가상자산 사업자를 기존 금융회사 수준으로 관리·감독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검사·제재 권한 역시 은행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검사 자료 제출 지연이나 제재 절차 중복 등으로 대응 속도가 늦어질 수 있는 만큼, 법률상 권한을 명확히 부여해 신속하고 일관된 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안이 향후 2단계 입법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방향뿐 아니라 감독 권한 재편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협의체 구성 문제는 금융위·한은과 금감원 간 역할 구도를 재정립하는 이슈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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