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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지향 "중동 질서 완전히 변할 것…美, 핵 협상 뒤통수는 아냐"
"美·이스라엘·걸프 우방국 중심 균형 형성"
"일관된 이란 기조가 군사적으로 집행돼"
"변수는 '혁수대' 균열…저항의 축 약화도"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만난 중동전문가 장지향 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만난 중동전문가 장지향 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해 "의외가 아니었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단언했다. 사진은 장 센터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종로=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종로=김정수·정소영 기자]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중동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참수작전에 가까운 고위층 제거가 이어지며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까지 표적 공습으로 숨지는 등 이란 권력 핵심이 연쇄 타격을 입었고, 지도부 전반에는 공포와 동요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미사일 기지와 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이스라엘은 추가 고위 인사 제거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은 휴전 제안을 거부한 채 이스라엘 본토와 걸프 지역을 겨냥한 보복 공세를 이어가며 충돌이 수습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만난 중동전문가 장지향 지역연구센터장은 이런 흐름을 두고 "전쟁은 의외가 아니었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예상 밖 사태가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부터 일관되게 밀어온 대이란 기조가 군사적으로 집행된 결과"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이란의 핵 개발, 탄도미사일 개발,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프록시(Proxy Network·중동의 친이란 대리 세력) 지원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고, 이란은 이를 주권의 문제로 맞받아치며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 센터장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핵 협상이 진행되던 와중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뒤통수를 쳤다'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은 안 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는데 이란은 줄기차게 '절대 안 한다' '핵 개발은 절대 포기 못 한다'고 했다"며 "(양측 간) 협상은 처음부터 결렬이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현재 전황을 두고 "아직 완전한 의미의 중동 전면전으로 단정하긴 이르다"라면서도 걸프 국가들의 상업·민간시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센터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국가들은 전쟁 이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을 말렸다"면서도 "안전 개방, 부유함 등을 상품화하는 나라들이지 않나. 인내심이 바닥 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UAE가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 파병 요구에 동참 의사를 밝힌 것도 반복된 이란의 공격 속에서 안보 불안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만난 중동전문가 장지향 지역연구센터장은 전쟁 지속 기간에 대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만난 중동전문가 장지향 지역연구센터장은 전쟁 지속 기간에 대해 "예측하긴 어렵다"면서 "(이란의) 목표물을 매일 얼마나 제거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짚었다. 사진은 장 센터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종로=서예원 기자

걸프 국가들이 겉으로는 확전을 경계하면서도 물밑에선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지속을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요구했을진 모르겠지만 이란이 재건되지 못하는 것을 누구보다 바랄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의사 표현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현재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 충돌 대신 걸프 지역과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비대칭 공격 보복에 집중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 공격에 대해 즉각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입장은 이스라엘이 미국과 조율한 뒤 이란의 대표적인 에너지 인프라인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공격한 이후 나왔다.

장 센터장은 "(이란이) 기술적으로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없고 화가 나면 이스라엘을 공격해야 하는데 뺨은 이스라엘에 맞아 놓고, 화풀이는 UAE에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UAE는 안전하고 부유하고 개방된 이미지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이번 상황이 오히려 이러한 장점을 약점으로 만든 측면이 있고,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맺은 국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방어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타격 효과는 큰 '아픈 고리'를 치는 방식으로 전략이 짜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장 센터장은
장 센터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것은 핵·미사일 시설, 안보 자산, 강경 통치기구의 핵심 거점을 최대한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현재 이란의 탄도 미사일 90%가 없어지는 등 제거될 것들이 제거됐으니 (미국과 이스라엘이) 계획했던 대로 3월 말 4월 초에서 살짝 늦춰지거나 크게 안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그는 전쟁의 지속 기간에 대해선 "예측하긴 어렵다"면서 "(이란의) 목표물을 매일 얼마나 제거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국내 정치 부담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이스라엘은 긴 호흡으로 이란 강경파의 재건 불능 상태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 센터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것은 핵·미사일 시설, 안보 자산, 강경 통치기구의 핵심 거점을 최대한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현재 이란의 탄도 미사일 90%가 없어지는 등 제거될 것들이 제거됐으니 (미국과 이스라엘이) 계획했던 대로 3월 말 4월 초에서 살짝 늦춰지거나 크게 안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제3국을 통해 전달된 미국의 긴장 완화·휴전 제안을 거부한 것. 이는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한 고위 관리의 외신 인터뷰를 통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장 센터장은 모즈타바의 취약한 정통성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그는 "모즈타바는 종교적 자격 면에서도, 공화국 체제의 비세습 원리 측면에서도 정통성이 떨어지는 지도자"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휴전안을 받는 모습은 굴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도부와 핵심 자산이 연쇄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남은 초강경파들이 모즈타바를 더 강경한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휴전이 주는 '모양새'가 지금의 테헤란에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제3국을 통해 전달된 미국의 긴장 완화·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사진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인들이 이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지지하는 의미로 그의 초상화를 들고 있는 모습. /뉴시스, AP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제3국을 통해 전달된 미국의 긴장 완화·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사진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인들이 이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지지하는 의미로 그의 초상화를 들고 있는 모습. /뉴시스, AP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 중인 이란이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를 실은 선박을 통과시켜 주는 조건으로 8개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 센터장은 반미 권위주의 연대 내부의 현실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부상하는 것에 (반미 권위주의 연대 국가끼리) 대항해 뭉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반적으로 이란이 밀리는 양상이다. 지난달 28일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에 이어 지난 17일(현지시간)에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즈 민병대 총지휘관이 제거됐다. 장 센터장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런 표적 제거는 단순히 전술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혁명수비대와 체제 엘리트 내부에 '다음은 누구냐'는 공포를 확산시키는 심리전 효과까지 낳고 있다는 평가다.

장 센터장은 라리자니에 대해 "보수파이긴 하지만 일정한 실용주의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라리자니가 전쟁 발생 후 3~4일쯤 미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연락해 왔다고 했다.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사라진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소한 협상의 여지를 만들 인물 하나가 전쟁에서 제거됐다는 문제의식이다. 라리자니는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당시 보수파 인물임에도 개혁파들과 함께 참여한 바 있다.

이처럼 지도부 타격이 이어지며 일각에선 체제 균열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내부 상황은 아직 다르다. 장 센터장은 이란 내부에서 아직 본격적인 반정부 봉기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금은 거리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난 1월 유혈 사태 때 이란 사람들을 많이 죽인 바시즈 민병대가 각 지역 동사무소 같은 곳에 있는데, 일반 시민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쏘아 죽일 테니 절대 나오지 마라'라고 했다"며 "지금 나올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만난 중동전문가 장지향 지역연구센터장은 향후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내부의 결집력과 균열 가능성을 꼽았다. 사진은 장 센터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종로=서예원 기자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만난 중동전문가 장지향 지역연구센터장은 향후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내부의 결집력과 균열 가능성을 꼽았다. 사진은 장 센터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종로=서예원 기자

그렇다면 향후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는 무엇일까. 장 센터장은 주저 없이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내부의 결집력과 균열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올해 1월 대규모 유혈 진압은 이란 현대사에서 체제에 불신을 주는 사건이었고, 1979년 혁명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 때문"이라며 "이들은 '반미·반이스라엘을 위해 이슬람 혁명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그 목적을 위해선 핵무기 개발도 불사한다'는 혁명 이데올로기도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을 학살하면서까지 이걸 지켜야 되는 게 맞나' 싶을 것이고 또 서로 눈치 보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처럼 내부 결집력이 흔들릴 경우, 그 여파는 이란이 구축한 역외 영향력에도 직결될 수 있다. 장 센터장은 레바논 헤즈볼라, 가자지구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저항의 축'이 2024년 이후 연쇄 타격을 받으며 약화된 상황에서 이번 전쟁으로 이란 본체까지 크게 흔들리면 중동의 세력 균형은 미국·이스라엘·걸프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정리했다. "전쟁이 당장 내일 끝나더라도 중동 질서는 완전히 변하고, 역내 질서는 새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장 센터장은 한국 외교의 대응 방향과 관련해선 큰 틀의 수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한국의 대중동 정책은 원전·방산·에너지 협력이 핵심이었고, 그 대상국도 대부분 걸프 국가들"이라며 "앞으로 중동 질서가 미국 우호 진영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한국으로선 기존에 해오던 협력을 더 확대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중국제 방공망의 실전 신뢰도가 흔들린 반면 미국 체계와의 호환성을 갖춘 한국산 방산 수요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동 파병이나 해상 안보 기여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압박은 또 다른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장 센터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 위기에 놓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더 큰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일탈은 아니었다"며 "지금 당장은 파병 압박이 다소 잦아든 분위기지만 향후 관세·안보 협상과 연동된 다른 방식의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upjsy@tf.co.kr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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