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예비인가 후보군 모두 탈락…현실성 검토 지적 우세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정치권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제4인뱅'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고영철 신협중앙회장이 후보자 시절 내세웠던 'CU뱅크(가칭)' 설립 공약을 향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비판과 함께 포퓰리즘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 회장은 신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인터넷은행 형태의 'CU뱅크'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신협이 운영 중인 온라인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인뱅으로 거둬들인 익을 조합에 재분배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임 이후 고 회장은 현장 경영을 강조하며 전국 신협 지점을 순회하고 있는데 공약으로 제시된 디지털 금융 전략의 구체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취임 초기 CU뱅크 설립안이 업권의 주목을 받은 배경에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제4인뱅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를 서민 금융 확대에 두고 있다. 기존 은행권이 충분히 채우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금융 공급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금융권에서는 신협의 인뱅 설립 공약을 두고 현실적인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본력과 사업 지속 가능성이 필요한데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충분한 수준의 자기자본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관건은 신협이 관련 사업에 착수했을 때 초기에 발생할 적자를 충당할 수 있는 기초체력 여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은 설립 초기 상당 기간 적자를 버텨야 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처음 문을 연 뒤 4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2021년 처음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점진적으로 실적을 개선하고 있으며 지난해 순이익 1126억원을 거뒀다.
카카오뱅크 역시 출범 초기 암초를 겪은 바 있다. 지난 2017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19년 1분기에 첫 흑자를 기록하고 나서야 수익성을 회복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며 지난해 당기순이익 4803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토스뱅크는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초기 적자를 이어가다 2024년에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숙제는 기존 후보군 대비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과 자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예비인가 심사 당시 탈락한 후보군도 '합격점'에 가까운 수준의 사업성을 갖춘 곳들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예비인가 심사에는 △소소뱅크 △한국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이 참여했는데 각각 금융사와 IT기업, 핀테크 업체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컨소시엄 가운데 일부는 인가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넷은행은 초기 손실을 감당할 자기자본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이 핵심인데 이 부분에서 확신을 주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컨소시엄 구성도 신협의 주요 해결 과제다. 과거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했던 기존 컨소시엄들도 소상공인 금융 특화를 내세웠지만 심사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존 사례를 보면 대형 ICT 기업이나 금융사가 참여해 자본과 플랫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신협이 차별화된 데이터나 플랫폼 경쟁력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분수령이다.
일각에서는 상호금융의 특성을 살려 소상공인 금융을 특화 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차별화된 데이터나 플랫폼 기반이 부족하면 경쟁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금융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시선이 우세한 가운데 신협 내부에서는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내걸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는 점이다. 재정 여건이나 경영 환경 등 현실적인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선 일선 조합의 협조가 요구되는 만큼 고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신협중앙회는 임기 초기인 만큼 차기 경영 전략과 공약 이행 방안을 정리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새 회장 취임 이후 이제 막 조직 개편이 진행된 만큼 후보자 시절 내걸었던 공약의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수립하고 현실화 가능성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는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의 현실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다듬어야 하는 단계다"라며 "이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과 점검해야 할 요소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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