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관계자는 아이돌 밴드 활약에 환영 의사

'밴드붐'은 불완전하다. 최근 몇 년 사이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여러 밴드가 인기를 얻었지만, 페스티벌 수가 늘어나면서 '라인업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한국 록의 최전성기를 이끈 80년대 1세대 메탈 밴드나 헤비니스 같은 특정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밴드는 좀처럼 페스티벌에서 보기 어렵다는 점은 '밴드붐은 일부 인기 밴드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게 한다. 이에 <더팩트>는 80년대를 이끈 로커와 마이너 장르 밴드들의 생각과 함께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보이밴드'의 목소리도 더불어 들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밴드붐'과 함께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또 하나의 현상이 보이 밴드 혹은 아이돌 밴드의 증가다.
DAY6(데이식스)와 QWER(큐더블유이알)의 성공을 필두로 가요계에는 킥(KIK), 드래곤포니(Dragon Pony), AxMxP(에이엠피), 캐치더영(Catch The Young), 레이턴시(LATENCY), 크록티칼(ChRocktikal), 더씬드롬(THE SSYNDROME), 보이드(V01D), 하츠웨이브(hrtzwav) 등 많은 아이돌 밴드가 데뷔했거나 데뷔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이미 여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거나 단독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실력과 흥행력을 입증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아이돌 밴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뒤따르는 영역이기도 하다. 찬성 진영에서는 주로 밴드의 저변 확대 차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으며, 반대 진영에서는 수준 미달의 밴드가 양산되거나 K팝 팬덤 문화의 도입으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일부 페스티벌에서는 특정 밴드의 팬들이 자리 선점을 위해 주최 측과 무관한 자체 대기열을 만들어 운영하려다 논란이 일기도 했고, 페스티벌 출연 자체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밴드도 있었다.
사실 아이돌 밴드 논쟁은 십수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해묵은 주제기도 하다. 이것이 최근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밴드붐이 일어나면서 새삼 새로운 논쟁거리로 튀어나온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정작 현장 관계자는 아이돌 밴드의 확대에 대부분 찬성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홍보하는 PRM의 김도연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아이돌 밴드가 늘어나는 것을 찬성한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그만큼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도 잘못하면 더 큰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페스티벌 분위기에 맞게 곡을 새롭게 편곡하거나 실수하지 않으려고 많은 연습을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명확히 보인다"며 "페스티벌의 분위기에 맞게 결을 맞춰오고 팬들까지 오게 만드니 오히려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팝 팬덤 문화의 도입도 꼭 나쁘게만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는 "결국 페스티벌도 수익을 내야 하는데 아이돌 밴드는 확실하게 찾아오는 팬이 있으니 주최 측에서 반길 만하다"라며 "특히 K팝식 문화가 도입되면서 이들의 팬은 충성도가 높다. 한 번 팬은 계속 팬인 경우가 많다 보니 이들을 섭외하면 계산이 선다. 라인업을 구성하기가 훨씬 수월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브 클럽 롤링홀의 한 관계자도 "처음 오픈하고 매진을 기록한 공연이라도 티켓 구매자 개인 사정에 따라 대개 취소표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이 밴드나 아이돌 밴드는 취소표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현장을 찾는 팬의 충성심이 높다는 뜻이다"라며 "또 라이브 실력이나 현장 분위기도 다른 밴드들과 비교해서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최근 아이돌 밴드는 연주력으로는 문제 삼기 어려울 만큼 라이브 실력이 상향평준화됐으며, 또 팬들 역시 공연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기존 패스티벌 문화를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결코 끝나지 않을 논쟁거리도 있다. 아이돌 밴드는 결국 '음악'이 아니라 '대중적 성공'을 목표로 활동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물론 창작활동에는 정당한 보수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돼 상업적 성공만을 좇다 보면 결국 밴드는 물론이고 나아가 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리빅버튼의 이성수는 "아이돌 밴드를 하는 것 자체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음악으로 인한 성취감이 아니라 대중적 성공을 우선 시 한다면 그게 더 힘든 길일 수 있다. 이거야말로 삶 자체가 엄청난 경쟁이자 서바이벌 오디션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렇다"며 "그렇다고 해도 어떤 밴드가 어느 쪽을 지향하는 지는 그들의 선택이지 탓할 일이 아니다. 단지 시장이 그런 방향으로 가게끔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이처럼 '아이돌 밴드 논쟁'은 밴드붐, 페스티벌붐과 더불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실제 아이돌 밴드의 멤버들은 이런 논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FNC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밴드 AxMxP(하유준 크루 김신 주환)에게 직접 들어봤다.
우선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밴드에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크루는 "직접적으로 들은 건 아니지만 여기저기 '아이돌 밴드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긴 한다. 그래도 옛날에 비해 더 잘 받아주는 것 같다"며 "아이돌적인 요소를 일부 차용했을 뿐 음악적으로 우리는 밴드다"라고 강조했다.
또 하유준은 "그냥 아이돌 밴드라고 하기보다 새로운 밴드의 결성과 탄생 방법이 늘어났다는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체성은 밴드에 있지만 아이돌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있는 만큼 이들은 그 사이에서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유준과 크루는 "공연이 많지만 팬사인회도 계속 있고, 일정이 번갈아 가면서 많은 것 같다"며 "항상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렇다. 밴드로서 활동도 확실하게 하면서 아이돌적인 요소도 수행해야 하니까 좋기도 하고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AxMxP는 자기들의 음악색을 만드는 데에 제법 많은 공을 들이는 그룹이다. 이들이 발표한 곡 중 'I Did It(아이 디드 잇)'이나 'PASS(패스)'와 같은 곡은 힙합과 헤비니스 요소를 집어넣어 보이밴드에서는 보기 드물게 뉴메탈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하유준은 "음악 방향성은 데뷔하고 활동하다 보니까 좀 더 명확하게 정해진 거 같다. 여러 장르를 시도했고 여러 가지 옷을 입어봤는데 록과 힙합이 가장 어울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힙합 밴드'라고 소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루도 "우리 곡의 공통점은 랩이 항상 들어가는 거다. 여기에 '어느 정도 헤비니스 요소를 도입했다'가 맞는 것 같다"며 "이지리스닝은 아니지만 하드록 사운드를 몇 개 가져온 것뿐이고 원래는 힙합 베이스를 해서 나온 음악이다. 나도 하드록과 뉴메탈 장르의 팬으로서 그 장르가 아닌데 그 장르라고 밀면 보기 좋지 않다고 느낀다. 그래도 나중에 나는 하드록이나 뉴메탈을 깊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고 AxMxP의 음악 방향성을 알렸다.

특히 AxMxP는 기획사를 배경으로 둔 보이 밴드이기에 더 많은 기회를 받았고, 그만큼 더 제대로 된 밴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유준은 "우리가 정식 데뷔도 하기 전에 페스티벌에 나갔고 이후로도 많은 페스티벌에 출연했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을 통해서 많은 팬유입이 있었다. 밴드에게 페스티벌 만큼 좋은 프로모션이 없다. 우리도 음악방송보다 페스티벌에 나가는 것이 더 즐겁다"며 "이것을 알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사한 일이다. 우리에게 기회를 주니까 너무 감사하고 페스티벌은 물론 모든 무대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때마침 AxMxP는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열린 '31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올라 단독 콘서트를 펼쳤다. 롤링홀의 한 관계자는 "공연은 성공적으로 잘 마쳤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며 "지금에 와서 보이 밴드니 아이돌 밴드니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결국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야 밴드 업계나 공연 업계, 페스티벌 업계 모두 지속될 수 있다"며 "더군다나 보이밴드나 아이돌 밴드라고 해서 밴드라는 정체성이 달라지지 않는다. 거기다 마음가짐도 잘 갖추고 있다. 취향에 맞는 음악을 한다면 편견 없이 즐겨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밴드붐은 없다①] '록 페스티벌'인데 왜 1세대 전설은 안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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