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한 편의 영화가 지역의 역사를 다시 깨울 때가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그렇다. 영화는 어린 왕 단종과 그를 지키려 했던 충신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리며 관객들에게 조선 왕조의 가슴 아픈 역사 중 하나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영화 속 이야기는 단순한 극적 상상이 아니다. 그 비극의 흔적은 지금도 경북 영주의 땅 곳곳에 남아 있다. 순흥 일대는 단종 복위 운동의 중심지였고, 세조의 왕위 찬탈 이후 충신들이 목숨을 걸고 왕을 되돌리려 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특히 금성대군 신단은 단종 복위 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다. 세종의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이 순흥부사 이보흠 등과 함께 거사를 준비했던 곳으로, 실패한 역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서린 자리다. 단종을 향한 충절은 결국 피로 기록됐고, 그 아픔은 '피끝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처름 영주의 역사 유적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조선 정치사의 격랑 속에서 권력과 충절, 비극과 기억이 교차했던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에 가깝다.
영주시는 이 역사적 자산을 관광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역사 현장을 따라가는 '반띵 관광택시' 코스를 통해 관광객들이 순흥 일대를 보다 쉽게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피끝마을에서 시작해 금성대군 신단, 소수서원, 부석사로 이어지는 코스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택시 한 대로 피끝마을, 금성대군 신단, 소수서원, 부석사 등을 차례로 돌아보며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 역사의 흔적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외지 관광객에게 요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방식은 관광 진입 장벽을 낮추는 실질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영화의 관심이 살아 있는 지금이야말로 영주의 역사 관광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최근 지방 도시들은 관광 콘텐츠 발굴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화려한 시설을 새로 짓는 것도 방법이지만, 때로는 이미 존재하는 역사와 이야기를 제대로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영화 한 편이 관광의 계기가 되고, 그 관광이 다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영주가 가진 힘은 바로 이런 '이야기'에 있다. 천년 고찰 부석사, 한국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그리고 단종 복위 운동의 현장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역사들이 한 도시 안에서 이어진다.
영화는 언젠가 상영관에서 내려가겠지만, 역사는 그 자리에 남는다. 그리고 그 역사를 직접 걸어보는 경험은 스크린에서 느끼는 감동과는 또 다른 울림을 남긴다.
지금 영주에서 다시 시작된 '단종의 길'은 단순한 관광 코스를 넘어,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와 마주하는 또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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