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복희 役 열연, 입체적인 캐릭터 위해 무한 연구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하윤경에게 따라붙은 '봄날의 햇살' 수식어와 인생캐를 벗기란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빠르게 또 다른 착붙 캐릭터로 돌아온 하윤경이다. 조금 더 여유로워진 자세로 자신만의 복희를 만들어내며 복잡다단한 캐릭터로 공감을 이끌었다.
하윤경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극본 문현경, 연출 박선호·나지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한민증권 비서실에서 사장 전담 비서로 일하는 고복희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8일 16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 '언더커버 미쓰홍'은 1990년대 세기말, 30대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박신혜 분)가 수상한 자금의 흐름을 쫓기 위해 증권사에 20살 말단 사원으로 위장 취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다.
첫 회 3.5%라는 다소 평이한 시청률로 포문을 연 작품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매주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에 자체 최고 시청률은 첫 회보다 무려 4배가량 높은 13.1%를 기록했으며 최종회는 12.4%로 막을 내렸다.
이에 하윤경은 "시청률이 잘 나와서 너무 감사하다. 물론 '좀 더 잘할걸'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하게 촬영한 작품이었다.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윤경은 한민증권 사장 전담 비서이자 홍금보의 기숙사 301호 왕언니 고복희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홍장미로 위장한 홍금보를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는 입체적인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호평을 얻었다.
하윤경은 "대본부터가 너무 재미있었고 복희라는 캐릭터가 배우로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도화지 같았다"며 "특히 박신혜 언니가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작업을 하게 된다면 배우고 느낄 점이 많을 것 같았다. 실제로 현장에서의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대단해 배울 점이 많았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은 철저한 분석과 과감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90년대 후반의 시대적 감성을 살리기 위해 하윤경은 직접 '갈매기 눈썹'과 진한 립스틱을 제안했다. 그는 "너무 요즘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왕언니 포스를 풍기면서도 80년대와는 차별화된 90년대만의 감성을 찾다가 스카프를 활용했다"며 "상사들 앞에서 태도를 완벽하게 갈아 끼우는 비즈니스 미소를 '버튼'을 누르면 언제든 끄고 켤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하윤경은 복희의 내면 속 숨겨진 외로움에도 주목했다. 그는 "복희가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수많은 시간을 겪으면서 완벽해 보이려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외로움이 잘 보였으면 했다"고 해석했다.
"저의 사회생활이요? 복희랑 어느 정도 닮은 부분이 있죠. 다만 복희는 겉으로 버튼을 껐다 켰다 한다면, 전 그래도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실 사회생활을 할 때 가짜로 하면 제 시간이 아깝잖아요. 그래서 이왕 할 거라면 즐겁게 하자는 주의죠. 그리고 진짜 즐겨야 상대방도 그렇게 느껴요."

극 중 복희의 마지막 행보에 대해서도 하윤경은 명확한 소신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도피처를 찾는 그림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복희는 자신의 범죄에 대해 정당한 처벌을 받는 '새로운 태어남'을 선택한다. 하윤경은 "도피할 필요가 없는 삶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었다. 도피처로 갈 곳이 이제는 여행으로만 갈 곳이 된 것"이라며 "처음엔 칵테일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어떨까 싶었지만 지금의 결말이 복희에게는 가장 만족스러운 마침표"라고 전했다.
동료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은 작품이 끝난 후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방영 중에도 실시간으로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조만간 공연을 보러 가기로 약속했다는 그는 "다 맞추기는 힘들지만 꾸준히 만나게 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특히 '워맨스 비결'에 대해서는 "실제로 찍으면서도 호흡이 잘 맞는다는 걸 느꼈다. 털털하고 솔직하게 다가가는 편이라 신혜 언니와도 서로 믿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동료애를 드러냈다.

연이은 작품 활동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하윤경은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번아웃에 대한 걱정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휴식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찾는다는 그는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항상 흥미로운 작품이 찾아왔다. 불러주실 때 감사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쉴 때는 집에서 '워킹데드' 같은 미드를 정주행하며 인간 공부를 하기도 한다. 생존 앞의 인간군상을 보며 연기적인 영감을 얻는다"고 귀띔했다.
하윤경의 인생 모토는 의외로 '대충 살자'다. 걱정이 많은 성격 탓에 평생의 숙제가 '막 사는 것'이라는 그는 "계획을 세우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 아등바등 살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고백했다. 유명해지거나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편안하게 흐름에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연기도, 삶도 풍성해진다는 깨달음이다. 예능 출연 역시 "내려놓는 게 숙제 같지만 작품을 알리는 길이라면 긍정적"이라며 열린 마음을 보였다.
하윤경은 '언더커버 미쓰홍'으로 기분 좋은 2026년을 시작한 데 이어 드라마 '신의 구슬' '아파트' 등 일찌감치 다수의 차기작을 앞두고 있다. 이에 그는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배우는 한 사람인데 역할은 매번 달라져야 하잖아요. 새로운 모습이 있을 것 같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제 다시 또 열심히 촬영해야죠. 많은 걸 말씀드릴 수 없지만, 복희랑은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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