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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블랙리스트 논란' 속 파업 투표 돌입…리스크 장기화 우려
삼성전자 노조, 9~18일 쟁의 찬반 투표…파업은 5월부터
"파업 불참자 해고 검토 등 불이익" 블랙리스크까지 언급


삼성전자 노조가 9일부터 총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에 나선다. /더팩트 DB
삼성전자 노조가 9일부터 총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에 나선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 일정에 돌입했다. 투표 및 투쟁 기간을 길게 설정하고 파업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표하는 등 노조가 강경 입장을 이어가고 있어, 자칫 노조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초기업노조삼성전자지부·전국삼성전자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 등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는 9일 오전 11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투표는 오는 18일 오후 2시까지로, 과반 찬성이 나올 경우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3달여간 교섭을 이어왔으나, 최근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대표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산정 기준에서 입장 차이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OPI에 연봉 50% 상한을 두고 있는데, 노조는 이를 없애달라고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OPI 지급 기준은 경제적부가가치(EVA)로, 영업이익과 별도로 매년 회사가 집행하는 설비투자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야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사측은 협상 과정에서 OPI 50% 상한을 유지하는 대신 재원 산정 기준을 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1가지를 선택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이들 받아들이지 않고 OPI 상한 폐지 및 투명화를 지속해서 외치고 있다.

사측 입장에서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 사업은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 당분간 엄청난 영업이익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삼성전자 내 다른 사업부는 큰 폭의 실적 성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면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지게 된다. 한때 다른 사업부의 성과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는 등 모든 사업부가 연결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구조에서, 삼성전자가 이러한 불균형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지난 2024년 7월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더팩트 DB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지난 2024년 7월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더팩트 DB

반대로 DS 직원들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제도를 손질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사상 최대 수준인 기본급의 2964%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호황기에 발맞춰 생산 역량을 끌어올려야 할 중요한 시점에 파업 위기를 맞게 됐다. 창사 이후 이번이 2번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7월 성과급 문제로 대규모 파업 사태를 겪었다. 이날 시작된 찬반 투표를 통해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다면 1년 8개월여 만에 재차 파업 리스크에 시달리게 되는 셈이다.

강도는 1차 총파업 때(6000여명 참여)보다 더 거셀 전망이다. 먼저 노조의 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총 조합원 수는 9만명 수준으로, 초기업노조삼성전자지부만 해도 6만5000명에 달한다. 투표가 과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가정하면 4만5000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최소 이들에 한해서는 추후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블랙리스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고 메시지도 내놨다. 노조는 총파업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추후 강제 전배나 해고 등 조합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 있을 시 그 분들을 우선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파업 기간 회사에 협조하는 직원을 신고할 경우 포상하는 제도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장기전을 예고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회사가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지만,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 공장의 사정을 고려하면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는 시각이다. 노조는 "총파업 기간은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라며 "투표와 투쟁 기간 모두 길게 가져가고자 한다. 길게 더 잘 준비해서 실패하지 않고 조합이 원하는 바를 이루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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