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명시…비핵화 기조 정면 충돌
한국 건너뛴 북미 접촉 가능성 제기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 제9차 노동당 대회가 25일 폐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시사한 반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에는 ‘기만극’이라고 선을 그었다.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공존’을 내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이 도전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 26일 "김 위원장은 총결 기간 우리 당이 공화국 창건 이후 근 80년에 걸쳐 조선 반도에 존재해 온 비정상적인 관계에 역사적 종지부를 찍고 한국과의 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로 정립하는 최종적인 중대 결단을 내린 데 대해 지적하고 우리 당과 정부의 불변한 원칙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현 집권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근 80년 동안 서로 별개의 국가로서 존재해 왔으며 유엔에도 하나의 의석이 아니라 두 개의 국가로 가입했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대남 기조가 내부 결속 강화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을 주적으로 설정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이 생존과 발전에 유리하다는 계산"이라며 "한국을 주적으로 세게 때릴수록 내부의 적대감은 커지고, 그 반작용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의존도와 충성심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9차 당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전쟁억제전략, 전쟁수행 전략실행에서 중추를 이루는 국가핵무력을 더욱 확대·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핵무력을 체제의 핵심 기반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대외 전략을 전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고 관계 단절 의지를 밝히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통해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 △한반도 공동 성장 기반 구축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제시했다. 최근엔 남북 대화 재개와 9·19 군사합의 복원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남북 관계라는 틀을 폐기하고 관여하지 않는 ‘적대적 남남 패러다임’으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을 향해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조미(북미) 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측 변화에 따라 관계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그간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꼭 열어주길 바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의 발언은) 대미 관계를 한국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양 석좌교수는 "(북한 메시지에) 조급하거나 일희일비는 금물"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북한의 대남 적대정책과 관계없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평화공존과 공동성장 정책을 투명하고 일관되게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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