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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설움' 씻은 K리그, 전 경기 5년 중계권 독립 의미 [박순규의 창]
K리그와 쿠팡플레이, '포괄적 파트너십' 5년 연장 체결
'쿠팡 사태' 악재에도 다년 계약, 성장 위한 물밑 노력 결실


2026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정확히 일주일 앞두고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K리그 슈퍼컵 2026'은 월드컵의 해의 성공적 출발을 알리는, 완벽에 가까운 프롤로그였다./전주월드컵경기장=K리그
2026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정확히 일주일 앞두고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K리그 슈퍼컵 2026'은 월드컵의 해의 성공적 출발을 알리는, 완벽에 가까운 프롤로그였다./전주월드컵경기장=K리그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오랜 시간 K리그 축구 팬들에게 ‘중계 시청’은 일종의 인내심 테스트와 같았다. 지상파와 스포츠 케이블 채널의 황금시간대는 늘 프로야구의 차지였다. 주말 오후 2시에 시작한 야구 경기가 길어지거나 연장전에 돌입하면, 뒤이어 편성된 K리그 경기는 가차 없이 킥오프부터 중계 화면에서 잘려나갔다. 축구 팬들은 "현재 진행 중인 야구 중계가 끝나는 대로 K리그 중계가 이어집니다"라는 야속한 자막을 보며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편성표 자체도 철저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지상파 채널에서 K리그는 2010년대 이후 철저히 지워졌고, 어린이날 같은 상징적인 매치업조차 예능 재방송에 밀려 전파를 타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대형 스포츠 채널들 역시 야구를 메인 콘텐츠로 삼으면서, K리그는 야구가 없는 월요일 저녁에나 녹화 중계되는 철저한 '서브(Sub) 콘텐츠'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텔레비전 채널 번호에 연연하며 설움을 곱씹는 대신, 과감하게 판을 바꾸는 승부수를 띄웠다. 미디어 소비의 중심축이 뉴미디어와 OTT로 이동하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포착한 것이다. 그리고 23일 발표된 쿠팡플레이와의 ‘K리그 포괄적 파트너십 5년 연장 계약(2030년까지)’은, 그동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리그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연맹이 쏟아부은 땀방울이 맺은 가장 극적인 결실이다.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왼쪽)와 쿠팡플레이 김성한 대표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슈퍼컵에 앞서 K리그-쿠팡플레이 포괄적 파트너십 조인식 행사를 갖고 있다./전주월드컵경기장=K리그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왼쪽)와 쿠팡플레이 김성한 대표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슈퍼컵에 앞서 K리그-쿠팡플레이 포괄적 파트너십 조인식 행사를 갖고 있다./전주월드컵경기장=K리그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번 5년 연장 계약이 성사된 막전막후의 배경이다. 연맹은 지난 2022년 쿠팡플레이와 처음 뉴미디어 중계권을 포함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혁신의 첫발을 뗐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른바 ‘쿠팡 사태’가 불거지며 플랫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악재를 맞았다. 자칫 K리그 뉴미디어 중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였지만, 연맹은 오히려 이를 정면 돌파했다. 서로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치열한 물밑 협상을 바탕으로 단기 계약이 아닌 '5년 장기 재계약'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K리그라는 킬러 콘텐츠가 가진 확실한 시장 가치와 팬덤의 파워를 쿠팡플레이 측이 높게 평가했기에 가능한 쾌거였다.

이러한 굳건한 파트너십의 가장 화려한 전리품은 바로 20년 만에 부활한 ‘슈퍼컵’이다. 이번 계약 연장을 자축하듯, 지난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쿠팡플레이 K리그 슈퍼컵 2026'이 성대하게 열렸다. 축구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20년 만에 돌아온 슈퍼컵은 단순한 이벤트 매치를 넘어, 팬들에게 최고의 축제를 선사하겠다는 연맹과 플랫폼의 야심 찬 출사표와 다름없었다.

이번 계약으로 K리그는 지상파와 스포츠 채널의 ‘편성 종속’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 타 종목 경기 시간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이 경기를 볼 수 있는 ‘시청 주권’을 되찾았다. 여기에 AI 업스케일링 기술을 통한 고화질 생중계, 이근호·이천수·배혜지가 이끄는 자체 콘텐츠 ‘쿠플픽’의 진화는 단순한 중계를 넘어 축구를 ‘즐기는 문화’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다.

당장 오는 28일 수원 삼성과 서울이랜드의 2026시즌 첫 ‘쿠플픽’ 매치를 시작으로, K리그는 가장 트렌디하고 안정적인 무대 위에서 팬들과 호흡할 준비를 마쳤다. 방송사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오히려 스스로 미디어 생태계를 개척해 낸 K리그의 뚝심.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들의 행보는 한국 스포츠 산업 전반에 던지는 가장 묵직하고 성공적인 미디어 전략의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왼쪽)와 쿠팡플레이 김성한 대표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슈퍼컵에 앞서 K리그-쿠팡플레이 포괄적 파트너십 조인식 행사를 갖고 있다./전주월드컵경기장=K리그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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