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5시 전 세계 공개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해석에는 저마다의 사유가 담긴다. 같은 작품을 두고도 감상이 엇갈리는 이유다. 이종필 감독이 풀어낸 '파반느'를 보고 있노라면, 원작을 이토록 따뜻하고 아름다운 온기로 다시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과 선망이 동시에 인다. '파반느'는 이종필 감독의 다정한 시선을 통해 관객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새 영화 '파반느'(감독 이종필)가 20일 오후 5시 전 세계에 공개됐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파반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이 돼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영화다.
이종필 감독은 각자가 품고 있는 상처로 인해 자신조차 사랑할 수 없었던 세 사람이 서로를 만나 만들어내는 달콤하고 씁쓸한 성장 스토리를 청춘 멜로 장르로 그려냈다.
작품은 시끄러운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난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피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미정(고아성 분), 가벼운 농담 뒤에 진짜 자신을 숨긴 요한(변요한 분),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안고 무용수의 꿈을 접은 채 현실을 사는 경록(문상민 분). 각기 다른 상처를 품은 세 청춘이 '어둠의 공간'인 지하에서 인연을 맺게 된다.
경록은 '공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미정을 우연히 마주치고 취업 성적 1등으로 입사한 정직원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음울한 언굴로 지하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그에게 흥미를 느낀다. 처음에는 '동정'이라고도 느껴질 수 있을 만큼 미정의 주위를 배회하고 그를 돕던 경록은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는 미정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요한은 경록의 관심을 잠깐의 흥미라고 단정 짓고 미정이 상처 받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경록은 요한에게 '사랑이 뭔 줄 아느냐'며 자신의 감정을 확고히 전달한다. 결국 세 사람은 작품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인 켄터키 호프에 모이게 되고 친구이자 연인이 된다.

영화는 경록을 내세워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원작과 달리 세 사람의 시선으로 청춘의 시간을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이종필 감독은 연출적으로 '빛'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쏟아지는 한 줄기 빛, 경록의 등 뒤로 활짝 열린 옥상 문 밖에 펼쳐진 빛, 그리고 문틈으로 발을 디딛는 미정의 모습은 닫힌 그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는 순간을 대변한다.
반대로 경록에게 서운한 마음을 느끼고 다른 직원에게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는 순간도 엘리베이터를 활용한다. 거울에 비친 왜곡된 얼굴을 바라보는 미정의 모습과 "문이 닫힙니다"라는 안내 멘트는 다시 자신을 어둠 속에 가둘 수 밖에 없는 미정의 심리를 표현하며 보는 이들에게도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사랑이 시작될 때의 빛은 눈부셨지만, 관계가 흔들릴 때의 빛은 슬프게 눈부시다. 또한 경록의 마지막을 표현하는 빛은 여러 감정과 의미를 담아낸다.
'파반느'의 가장 큰 성취는 단연 배우들의 '얼굴'이다. 고아성은 미정 역을 위해 10kg 증량과 푸석한 분장까지 감수하며 캐릭터를 완벽히 체화했다. "비를 상대하는 게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편하다"던 미정이 경록을 만나 서서히 빛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고아성의 섬세한 눈빛 변주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변요한은 극의 텐션을 담당한다. 넉살 좋은 농담을 던지다가도 그의 아픔과 외로움이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지금 화장실엔 거울을 보고 있는 한 여자가 있다"는 낭만적인 대사를 툭 내뱉는 순간, 관객은 그가 구축한 요한의 세계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특히 변요한은 이러한 요한의 서사를 염색 머리로 표현해 의미를 더했다.
문상민의 새로운 얼굴 발견도 괄목할 만하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의욕을 잃은 채 공허한 눈빛을 보이다가 미정을 만나며 "그냥 미정 씨도 뽀려요"라는 날 것의 천진난만한 모습까지 '완성되지 않은 청춘'의 단면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파반느'는 원작의 정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종필 감독의 사견을 덧붙이며 현대적인 위로를 완성했다. 특히 극 중 미정의 대사를 통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는 이 감독이 바라보고 해석한 원작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일례로 원작에 담긴 말을 타고 달리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준다는 인디언의 지혜에, 이 감독은 "미련이 남으면 하고 싶은 거 하고 하기 싫은 거 하지 마세요.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말고 나의 속도에 맞추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진심 어린 위로를 더했다. 이는 오늘날 속도전에 지친 청춘들에게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이 감독만의 응원을 건네며 작품의 본질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또한 "인류를 구원하는 건 사랑"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파반느'는 설렘과 기쁨부터 이별과 그리움까지 사랑의 모든 감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사랑이 달콤함만을 지닌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작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있는 거라고. 나 역시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영화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끝내 사랑을 옹호하는 쪽을 택한다. 설령 빛이 사라졌을지라도,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생을 환하게 비춘 적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다정한 위로다.
그렇기에 '파반느'는 비록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 묵직한 위로와 여운을 안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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