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성장 둔화와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했다. 지난해 타 금융지주 대비 뚜렷하게 열위한 당기순이익을 거둔 가운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의 허점까지 노출되면서 경영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수익성 경쟁에서 뒤처진 데 이어 통제 시스템의 신뢰마저 흔들린다는 점에서, 단순 실적 부진을 넘어 경영 역량과 리더십 전반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025년 농협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조5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전 기준 당기순익은 2조9718억원으로 전년 보다 3.1% 늘었다. 같은 기간 KB금융(전년 대비 15.1% 증가), 신한금융(전년 대비 11.7% 증가), 하나금융(전년 대비 7.1% 증가)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두 자릿수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제한적이다.
금융지주의 경영 성과가 최종적으로 당기순이익과 자본적정성 지표로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실적은 외형상 선방에도 불구하고 성장 탄력이 둔화된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부 항목을 보면 실적의 성격이 보다 분명해진다. 대손비용 감소(5676억원)와 비이자이익 증가(4749억원)를 통해 순익을 방어했지만,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보험업에서 부진했다.
농협은행은 최근 3년 1조7805억원, 1조8070억원, 1조81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 정체기를 이어가며 전체 그룹에서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 2023년 농협은행의 순이익 비중은 72.6%였지만 지난해는 64.5%까지 감소했다.
특히 비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음에도 보험손익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증권 등 시장 환경에 민감한 부문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비경상적·시장 요인이 이자이익 감소(-860억원)와 일반관리비 증가(-3572억원)로 대표되는 본업 수익성 둔화를 일부 상쇄한 셈이다.
특히 비이자이익 개선과 관련해 증권 부문의 기여도가 확대된 점은 구조적 성장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수수료, 운용 수익 등은 시장 상황과 자본시장 활황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큰 영역이다. 주식·채권 시장이 우호적인 국면에서는 실적을 견인할 수 있지만, 시장 침체 시에는 수익성이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차원에서 비이자이익 확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핵심 계열사인 은행과 보험의 본업 경쟁력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 실적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수익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내부통제 이슈 파문까지 겹쳐
농협금융은 본업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내부통제 이슈까지 겹쳤다. 농협중앙회의 은행 인사 개입 논란과 NH투자증권 임직원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에 대한 점검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농협은행 인사에 위력을 행사해 인사안을 변경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중앙회의 금융계열사 인사 개입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구조를 바탕으로 '특별상담(특담)'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인사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까지 제시되며 사안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농협금융 입장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는 법적 형식과 실제 운영 간 괴리 가능성 때문"이라며 "중앙회가 전액 출자한 단일 대주주 구조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금융지주 체제에서는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 의사결정과 내부통제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는 감독 원칙이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주주의 비공식 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주·자회사 간 책임 경계가 흐려지고, 인사·리스크 관리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전반의 지배구조와 CEO 선임 절차를 점검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감독·제재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10월 투자은행(IB) 담당 고위 임원이 상장사 공개매수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해당 임원은 상장사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등 IB 업무를 총괄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수년간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에도 NH투자증권 직원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지득한 정보를 주식 투자에 이용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 "최종 책임은 결국 이찬우 회장"
금융당국이 금융권 전반의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보호 체계 정비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실적 모멘텀 둔화와 리스크 관리 논란이 동시에 제기되는 것은 부담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경우 수익성 개선과 통제 체계 정비를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국면"이라며 "실적 둔화와 내부통제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바로잡지 못한다면, 최종 책임은 결국 이찬우 회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구조 독립성 확보와 내부통제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경영진의 책무"라며 "이번 사안은 이찬우 회장의 리더십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 측은 실적 측면에서 선방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의 결실은 특정 시장 상황에 기댄 '일회성 이익'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결실은 특정 시장 상황에 기댄 일회성 이익이 아니라, 리테일, IB 운용 등 전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과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맞물려 이뤄낸 구조적 성과"라며 "향후에도 농협금융은 NH투자증권이 자본시장 내 압도적 지위를 굳힐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계획, 또한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종합금융그룹의 수익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관련해서는 끝끝내 입장을 듣지 못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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