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재 구청장 "의식주 넘어 삶의 질 높이는 복지로"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강추위는 수그러들었지만 아침엔 여전히 옷깃을 여며야 했던 지난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4동의 한 스마트경로당. 현관을 들어서자 어르신들이 IoT(사물인터넷) 기반 안면인식 건강관리시스템에서 얼굴을 인식한 뒤 체성분을 측정하고 있었다. 터치형 '스마트테이블' 앞에 둘러앉은 어르신들은 인지 강화 게임에 집중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예전의 조용한 사랑방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설맞이 경로당 현장점검에 나섰다. 목동2차 삼성래미안1단지를 시작으로 팔각정, 우정, 오금, 양천, 목동12단지, 목동11단지, 양천어르신복지관까지 8곳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명절 인사와 함께 스마트경로당 운영 실태를 직접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구청장은 어르신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어르신들도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경로당은 서울시 공모 시범사업으로 10곳을 먼저 운영했는데 효과가 분명했다"며 "시범사업은 괜찮으면 보급하라는 뜻이라고 보고 20곳을 추가해 현재 30곳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는 2023년 서울시 공모에 선정돼 자치구 중 가장 많은 9억1700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했으며, IoT·ICT 기반 디지털 시스템을 경로당에 구축했다.
현재 스마트경로당 30곳(구립 19, 사립 11)에는 △안면인식 IoT 건강관리 시스템 △화상플랫폼 △스마트워킹 △스마트테이블 △공기질관리시스템 등이 설치됐다. 어르신들은 웃음치료·건강체조·노래교실 등 비대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여러 경로당이 동시에 연결되는 화상회의로 소통을 이어간다.
이 구청장은 "우리는 디지털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데, 어르신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오히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스마트 기술을 보편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생각으로 확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스마트TV와 각종 장비가 공간을 차지해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공간이 허용되는 곳을 중심으로 지속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정4동에 사는 최영희(81) 씨는 양천구립경로당 회장이다. 그는 "스마트경로당으로 바뀌면서 건강이 더 좋아졌다. 키오스크 사용법도 배우고, 최첨단 기계로 건강관리도 할 수 있다"며 "설치해준 구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로당에는 하루 평균 20명이 꾸준히 찾는데 다들 만족해한다. 집에 가면 할 게 없는 노인들에게 운동 프로그램도 해주고, 신체 측정으로 건강도 관리해주고, 놀이활동으로 치매 예방도 해주니 아주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스마트경로당 넘어 '의식주 레벨업'까지…통합 돌봄 강화
양천구의 고령친화 정책은 경로당 혁신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구청장이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의식주 레벨업'이다.
그는 "기초적인 의식주는 정부가 해결하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진 만큼 어르신 케어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며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衣)' 분야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겨울 침구류·의류를 수거·세탁·배달하는 ‘행복버블 세탁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올해 883가구를 지원한다. '식(食)' 분야에서는 결식 우려 1인 가구 1500가구에 월 3만원 상당의 밑반찬 바우처를 제공한다. '주(住)' 분야에서는 취약가구 115가구 집수리 및 공부방 조성, 65세 이상 거동불편 어르신 500가구에 낙상예방 물품 지원 등 주거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돌봄 체계도 강화됐다. 양천구는 3개 권역 복지관을 중심으로 현재 1989명의 어르신에게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담사회복지사 9명과 생활지원사 140명이 방문·전화 안부 확인, 사회참여 프로그램, 가사지원 등을 수행한다.
특히 독거어르신 530가구에는 IoT 기반 '응급안전 알리미' 시스템을 설치해 24시간 활동량·온도·조도 등을 감지한다.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생활지원사가 확인하고, 필요 시 119와 연계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 독거어르신 가구에서 장시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아 생활지원사가 현장을 방문했고, 쓰러져 있던 어르신을 발견해 신속히 병원으로 옮긴 사례도 있었다. 디지털 안전망이 생명을 지킨 사례로 꼽힌다.
이 구청장은 "통합돌봄은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어르신 돌봄의 질을 얼마나 높이느냐의 문제"라며 "시설 중심이 아니라 재가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전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세대"라며 "도와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희생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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