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아닌 '관계 정책', 상담에서 관계 회복까지 17개 사업 추진

[더팩트ㅣ인천=김재경 기자] 민선8기 유정복호 4년차를 맞은 인천시가 시민의 외로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전국 최초로 구성해 이목을 끌고 있다.
유정복 시장이 취임 후 펼친 민생정책은 중앙정부와 국제기구 등 공인기관 평가에서 최고로 인정받아 타 지자체의 롤모델이 됐다.
이에 따라 유 시장이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출범한 '외로움돌봄국'도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천시는 2026년 1월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이나 일시적 심리 문제가 아닌, 도시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위험으로 보고 이를 전담할 '외로움돌봄국'을 출범했다.
유 시장이 임기말 전격 출범한 '외로움돌봄국'은 노인·청년·1인가구·자살 예방 등으로 흩어져 있던 관련 정책을 하나로 묶어 예방부터 발굴, 연결, 돌봄까지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이는 외로움에 대응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 것으로, 사후 대응이나 대상별 지원이 아니라, 관계가 끊어지기 전에 개입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인천시의 전략이다.
◇외로움 대응, '복지'에서 '관계'로 방향 전환
인천시의 외로움 대응 정책은 '무엇을 해준다'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동안 외로움은 복지의 언어로 다뤄졌다.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을 찾아내 상담하고, 지원금을 지급하고, 사후 관리하는 방식은 필요한 조치였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외로움을 개인의 성격이나 선택의 결과로 보지 않고, 가구 구조 변화·노동 환경·지역 공동체 해체가 누적된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한 인천시는 외로움을 결핍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로 재정의했다.

인천시는 이 같은 문제의 해법을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고 사람이 다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정책의 중심에 놓고 행정이 나서 관계의 조건을 만들고, 연결의 통로를 설계했다.
외로움돌봄국을 중심으로 인천시가 준비한 대응책(17개 사업) 중 대표적 사업인 24시간 외로움 상담콜은 위기 대응 창구지만 목적은 상담 자체가 아니다.
상담은 관계로 가는 입구로 외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말하는 순간, 행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누구든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으며, 상담은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정신건강·복지·지역 자원으로 즉시 연결된다.
더 상징적인 변화는 공간 정책이다. 폐파출소를 활용한 '마음지구대'는 복지시설의 외형을 의도적으로 벗었다.
카페처럼 머물 수 있는 공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담실, 소모임을 위한 활동 공간을 한데 묶은 공간은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다 보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관계가 생기도록 했다.
외로움을 '치료받아야 할 상태'로 규정하고, 외로움을 드러내는 순간 낙인이 찍히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천시는 그 장벽을 공간과 일상 안에서 허문다는 방침을 세웠다.
청년과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i Link Company(아이 링크 컴퍼니)'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가상회사를 통해 출퇴근과 과제 수행, 소통을 경험하도록 설계한 '아이 링크 컴퍼니'는 취업 지원이나 상담보다 앞서, 다시 사회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역 상점과 연결한 '가치가게', 이웃과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마음라면'처럼 정책은 개입하지만, 관계는 시민 사이에서 만들어지도록 했다.
사회 활동이 끊긴 이들이 소규모 과제나 일상 훈련에 참여해 받은 포인트를 지역 음식점이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치가게는 프로그램 참여자를 단순 수혜자가 아닌 지역에서 소비하고 관계를 맺는 주체가 되도록 돕는다.
마음라면은 외로움을 느끼는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식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사업으로 종합사회복지관 등 지역 거점에서 시민이 스스로 조리해 먹으며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도록 한다
◇외로움은 특정 계층 아닌 사회 문제
인천시의 과감한 해법 제시는 분명한 현실 인식이 배경이 됐다.
2024년 기준 인천의 1인 가구(41만 2200)는 전체 가구(126만 7000)의 32.5%로 불과 5년 사이 26% 이상 늘었다. 혼자 사는 삶은 예외가 아닌, 도시의 기본 구조가 됐다.
통계는 외로움의 위험을 경고한다. 2024년 인천의 자살 사망자는 935명, 하루 평균 2.6명. 고독사는 2024년 260명, 특히 50~60대 남성의 비중이 높다.
자살과 고독사 이전에는 장기간의 고립과 외로움이 축적된다. 외로움이 '신호'인 이유다.
외로움은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의 고립·은둔 청년은 약 4만 명, 청년 인구의 약 5%로 추정된다.
취업 실패, 관계 단절, 반복되는 좌절이 고립을 고착화하고, 이는 다시 사회 복귀를 어렵게 만든다.
고령층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인천의 고령자 다수는 외로움 고위험군에 속하며, 1인 가구 여부와 상관없이 관계 단절이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인천시는 이 지점에서 외로움을 개인의 성격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결과로 보고 있다.
외로움은 방치될수록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 인천의 선택은 이 문제를 더 늦기 전에 붙잡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일상돌봄 서비스 확대 운영…기존 19~64세에서 13~64세로 확대
'일상돌봄 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청·중장년과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재가 돌봄, 가사 지원, 식사·영양관리, 병원 동행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사업이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지원 대상(연령)을 청·중장년의 경우 기존 19~64세에서 13~64세로 확대하고 서비스 지원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한다.
일상돌봄 서비스는 기본 서비스는 방문 돌봄과 가사 지원으로 월 24~72시간 범위 내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특화 서비스는 식사·영양관리, 병원 동행 등으로 최대 2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한편 통합돌봄 관련 현재 인천시 10개 군·구 모두 사업·신청 접수를 완료하고 전면 정상 가동에 들어갔으며, 이 중 6개 군·구는 서비스 연계까지 추진하며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지난달 말부터 군·구 진행 상황 점검회의를 정례적으로 운영해 재택의료센터 등 보건의료서비스 확충 방안과 통합지원 실적 관리 현황을 집중 점검 중이며, 오는 3월 본격 시행 전까지 준비 과제를 차질 없이 마무리할 계획이다.
유 시장은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나누고 협력함으로써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따뜻하게 연결되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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