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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사라지고 '적' 새겨질까…북한 9차 당대회 미리보기
4·25문화회관 중심 열병식 동향
'적대적 두 국가' 명문화 가능성
재래식 전력 현대화 언급 이목


북한 노동당 제9차 당대회가 임박했다. 사진은 2020년 11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모습. /AP, 뉴시스
북한 노동당 제9차 당대회가 임박했다. 사진은 2020년 11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모습. /AP, 뉴시스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 노동당 제9차 당대회가 임박했다. 열병식 준비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는 가운데 각 분야의 경제 성과를 부각하는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당대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처음 열리는 당대회라는 점에서 해당 구상의 명문화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핵·미사일을 축으로 한 군사 전략의 진화 방향과 권력 운용 구조에 변화가 감지될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당대회 관련 "아직 북한 매체가 정확히 당대회 일시를 밝히고 있지 않아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평양 4·25문화회관을 중심으로 당대회 준비가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당대회는 노동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당의 노선과 정책, 전략 전반을 결정한다. 1946년 8월 제1차 당대회 이후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까지 총 8차례 열렸다. 북한은 당대회를 통해 향후 5년간의 대내외 정책 방향과 군사·경제·사회 전반의 노선을 제시해 왔다.

이번 9차 당대회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대외 부문이다. 특히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대남 관계를 명문화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 위원장은 2023년 12월 30일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강조했다.

기존 노동당 규약 서문에는 '조국의 평화통일' '민족' '통일전선'과 같은 표현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 당대회에선 이를 삭제하거나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제9차 당대회 관련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제9차 당대회 관련 "아직 북한 매체가 정확히 당대회 일시를 밝히고 있지 않아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북한 제8차 당대회 모습. /AP, 뉴시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북한 내부 선전에서 감지된다. 지난달 19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창립 80주년 기념행사 참가자들이 평양 중앙계급교양관을 참관했다고 전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내부 벽면에는 한국을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는 선전물과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문구들이 설치됐다.

통일연구원이 지난 4일 발간한 '북한의 9차 당대회, 정치·대남 분야 관전포인트와 전망' 보고서도 이러한 흐름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은 한국 문화 유입을 차단하는 한편 '적대적 두 국가론'의 헌법화를 통해 간부와 주민들의 인식 속에 남아 있는 민족·통일 개념을 지우는 작업을 중시할 것"이라며 "이는 김정은주의 이데올로기 구축과 맞물려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미 관계도 주요 관심사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는 지난해 9월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북·중 관계는 큰 틀에서 안정적 관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외교적 밀착 행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최근 북한 매체가 김정은을 국가수반으로 지칭하는 사례가 생기며 김일성 주석이 사용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 호칭이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국가보위성을 축하 방문했던 모습. /뉴시스
최근 북한 매체가 김정은을 국가수반으로 지칭하는 사례가 생기며 김일성 주석이 사용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 호칭이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국가보위성을 축하 방문했던 모습. /뉴시스

대내적으로는 권력 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북한 매체가 김정은을 국가수반으로 언급하는 사례가 생기며 김일성 주석이 사용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 호칭이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3일(현지시간) "북한이 2024년부터 김정은 총비서를 국가수반으로 부른 것은 주석직 부활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당대회 계기로 헌법을 개정하며 호칭을 바꿀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새로운 5년을 여는 시점에서 새 시대를 상징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호칭 변화가 곧바로 북한 체제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군사 분야에선 핵무기 고도화 기조를 재확인하며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를 병행하는 전략이 제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은 제8차 당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과 극초음속 무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국방 5대 핵심 과업으로 제시했고 이후 일정 부분 성과를 과시해 온 바 있다.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은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 기조를 유지하되, 재래식 전력 현대화의 필요성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핵을 보유한 러시아조차 전쟁 과정에서 핵 사용은 하지 못했고, 결국 전쟁은 재래식 전력 중심의 제한전·소모전 양상으로 장기화됐다"며 "북한이 실제 전쟁에서 핵을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학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글로벌 군사력 평가에서 한국은 재래식 전력이 세계 5위 수준인 반면 북한은 순위가 낮다"며 "핵 능력 과시와 재래식 전력 보강을 병행하는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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