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사회
'부동산 논쟁' 종묘서 태릉으로…대통령에 공 넘긴 오세훈 셈법
오세훈, 태릉CC로 공공 주도 주택공급에 '이중 잣대' 공세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특별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특별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 도심 재개발과 수도권 주택 공급을 둘러싼 갈등이 종묘에서 태릉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태릉골프장(태릉CC) 주택 공급 방침을 두고 '이중적 잣대'라며 정면 비판에 나서면서, 세계문화유산 인근 개발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전면화됐다. 오 시장은 "기준을 명확히 정해달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논쟁의 판을 키웠다.

◆공공 주도 vs 민간 정비…주택공급 해법 충돌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이다. 정부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총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태릉CC 등 공공 부지를 활용한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서울시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공공 주도 방식에만 매몰된 대책이라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서울시는 "서울 주택 공급의 90% 이상이 민간의 동력으로 이뤄져 왔고, 특히 아파트 공급의 핵심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이주비 대출 규제 등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올해부터 향후 수년간 '공급 절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진단이다. 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태릉CC 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철학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태릉CC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태릉·강릉' 인근에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태릉CC 사업 대상지 중 약 12.8~13%가 문화유산법상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과 중첩된 것으로 추정된다. 태릉·강릉 세계유산지구 범위 역시 해당 보존지역과 거의 유사하게 설정돼 현재 국가유산청이 지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서울시는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세계유산지구에 일부라도 포함되거나 접하는 개발사업은 면적 비율과 관계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의무 대상이라고 강조해왔다. 태릉CC 사업은 과거에도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진행됐으며, 향후 추진 과정에서도 관련 법령에 따른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종묘 인근 세운4구역은 세계유산지구 밖에 위치해 특별법상 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태릉CC 사업 대상지 중 약 12.8~13%가 문화유산법상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과 중첩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서울시에 따르면 태릉CC 사업 대상지 중 약 12.8~13%가 문화유산법상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과 중첩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도 이를 근거로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유산청이 세운지구에 적용하는 잣대를 태릉CC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결론은 하나"라며 "세운지구가 안 된다면 태릉CC는 더더욱 안 되고, 태릉CC가 될 수 있다면 세운지구 또한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유산청과 국토부가 각각 다른 나라 정부가 아니라면 결론이 다를 수 있느냐"며 "문화유산에 '친명'과 '반명'이 있을 수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은 지난 2일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 백브리핑에서도 "세운지구가 세계유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 자체를 서울시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애드벌룬을 활용한 현장 검증까지 제안했지만 국가유산청이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태릉CC를 놓고도 "이미 과거 정부 당시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이뤄졌고, 그 결과 가구 수를 줄이라는 권고로 사업이 무산됐던 곳"이라며 "그럼에도 다시 가구 수를 늘려 포함시킨 것은 기존 평가 결과를 사실상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세계유산 보존과 주거 공급의 조화를 위해 국가유산청과 사전 협의를 진행했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도 "종묘와 태릉에 대한 기준은 같다"며 "차이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에 대한 수용 자세"라고 반박했다.

◆오세훈의 지론 '민간 중심 공급 대책' 부각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이번 공세가 단순한 문화유산 기준 논쟁을 넘어, 정부의 공공 주도 주택 공급 기조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태릉CC는 공공 주도 공급의 상징적 부지인 반면, 세운지구는 서울시가 강조해온 민간 정비사업 중심 공급의 대표 사례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기준 설정'을 요구한 것도, 개별 사업 판단을 넘어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방향 자체에 정치적 부담을 지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내부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이번 태릉CC 논란 역시 개별 부지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주도 공급에 무게를 둔 정부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서울시 간 정책 방향의 차이가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제도적 숨통을 틔우는 것이 공급 절벽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서울시 판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