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중심 축제로 관광 비수기 공식 깨기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겨울이면 배가 끊기고, 바람 소리만 남던 울릉도. 눈이 쌓이면 섬은 더 고요해졌고, 관광은 자연스럽게 멈췄다. 그러나 올겨울, 울릉이 그 익숙한 침묵에서 한 발짝 벗어난다. 하얀 눈 위에 문화와 사람의 온기를 얹은 '울릉 윈터문화여행'이 섬의 겨울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경북 울릉군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울릉한마음회관과 나리분지 일원에서 '2026년 울릉 윈터문화여행'을 연다. 단순한 겨울 축제가 아닌, 관광 비수기로 굳어졌던 섬의 계절을 되돌려 보겠다는 실험이다.
이번 행사는 무대 위 공연보다 눈길을 걷는 체험, 스쳐 가는 풍경보다 머무는 여행에 초점을 맞췄다. 관광객이 직접 타고, 걷고, 맛보며 울릉의 겨울을 몸으로 느끼도록 구성됐다.
축제의 중심에는 '설국버스'와 '나리분지 설국투어'가 있다. 설국버스에 오르면 문화해설사의 이야기와 함께 겨울 바다와 설경이 이어지는 울릉 일주도로를 천천히 돈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은 같은 길이라도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나리분지 설국투어는 조금 더 고요하다. 숲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눈 덮인 분지를 걸으며, 화산섬 울릉의 생태와 섬사람들의 겨울 삶을 듣는다. 바람 소리, 눈 밟는 소리, 숨 고르는 소리까지 여행의 일부가 된다.
울릉의 겨울은 밥상에서 완성된다. 행사 기간 중 마련되는 합동 차례에서는 울릉만의 설 차례 문화를 직접 보고, 전통 음식을 나눈다. 관광객에게는 낯설지만, 섬 주민에게는 오래된 일상이다.
'에메랄드 떡국' 나눔 행사도 눈길을 끈다. 따뜻한 떡국과 함께 우산고로쇠 시음이 이어지고, 수익금은 전액 기부된다. 관광이 소비로 끝나지 않고, 나눔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전시 공간에는 '그 시절, 울릉의 하루'가 펼쳐진다. 오래된 사진 속 겨울 풍경, 설피와 나무스키 같은 생활 도구들이 전시돼, 관광지 이전의 울릉을 조용히 보여준다.
울릉군은 이번 행사를 지역 상권과 직접 연결했다. 참여를 신청한 소상공인 10곳에는 '울릉 윈터밥상' 공식 메뉴판과 인증 현판을 지급해 관광객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동네 식당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행사 기간 동안 관내 주요 관광시설은 무료 개방되며, 전국민 대상 선박 요금 70% 할인 혜택인 '윈터패스'도 연계된다. 겨울 울릉의 가장 큰 장벽이던 '접근성'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김수한 울릉군축제위원장은 "화려한 무대보다 울릉의 겨울 자체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눈 내린 길을 걷고, 따뜻한 밥을 나누는 경험이 쌓여 다시 찾고 싶은 울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의 끝자락, 가장 조용했던 섬이 가장 따뜻해지는 시간. 하얀 눈으로 덮인 울릉에서 여행은 빠르게 소비되지 않고 천천히 기억으로 남는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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