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전 대법관도 1심 무죄→2심 유죄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무죄였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 오영상 임종효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항소는 기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47개 혐의 전부를 무죄로 본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는 한정위헌 취지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 사건과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 사건 등 일부 사안에서 재판 개입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은 사건 재판 개입을 인정했다. 다만 고 전 대법관은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한정위헌취지의 위헌제청결정 사건 재판에 대해 담당 재판장에게 직권 취소 및 재결정 의견을 전달하고, 검색 제외 요청 공문을 작성·발송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을 두고도 "양 전 대법원장이 1심 판결에 관한 문건을 보고 받았고, 그 문건에는 '항소심 재판부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재판부에 설명 자료를 전달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이 행위를 묵시적으로나마 승인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재판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유지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이 부정한 의도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에 있어 사법부 위상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범행으로 재판 독립이 훼손됐고, 국민들로 하여금 재판 공정성 의심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사법부 내에서 차지하던 역할, 국민들이 가졌던 신뢰,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할 수 있었던 부분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무겁다"고 비판했다.
다만 개인적 이익을 취한 범행이 아니었고 수십 개 공소사실 중 유죄로 인정된 부분이 극히 일부였다고 인정했다. 피고인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유죄를 전제로 하는 사회적 비판에 노출돼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봐 양형에 반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선고가 진행되는 약 1시간 동안 정면을 응시한 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을, 고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2017년 대법원장으로 재직 당시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 47개 혐의로 기소됐다. 사법부 숙원인 상고법원 설립을 목적으로 박근혜 정부와 협조적 관계가 필요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선고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즉시 상고할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은 "1심과 달리 결론이 바뀐 부분에 대해 항소심에서 심리가 이뤄진 바가 없다"며 "절차적 문제로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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