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약 접근성 높이는 현실적 해법"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의약품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성분명 처방' 도입이 논의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의사와 약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같은 제도를 두고 한쪽은 "환자 안전과 치료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국민이 약을 제때 받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이 아니라 유효성분명을 기준으로 처방을 내리는 제도다. 약국에서는 동일 성분의 의약품 중 재고 상황과 가격 등을 고려해 조제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 일부, 약사 사회는 의약품 품절이 잦은 상황에서 환자의 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반면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이 의약품 수급 불안의 원인을 비켜 간 처방식 해법이라고 본다.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 등은 지난 29일 국회 토론회에서 "의약품 부족은 글로벌 원료 의존, 낮은 약가 정책, 취약한 생산·공급 구조가 누적된 결과"라며 "대체 가능한 약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같은 성분이라도 제네릭 간 흡수율과 부작용 차이가 존재해, 특히 고령자·중증 환자에게는 임상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핵심 논리다.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이 최저가 경쟁을 부추겨 제약사의 생산 유인을 더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공급 불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약사 사회는 성분명 처방 도입에 사실상 '사활'을 걸고 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지난 12일 신년 간담회에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 제도화'를 올해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국민이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해부터 성분명 처방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토론회와 캠페인, 대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이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한다. 노수진 대한약사회 총무·홍보이사는 간담회에서 "의사는 성분과 용량, 용법을 결정하고 약사는 공급 상황과 환자 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제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취지"라며 "성분명 처방은 오히려 의약분업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의약품정책연구소 연구를 근거로 성분명 처방 도입 시 연간 7조~9조원대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고도 강조한다. 시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성분명 처방에 찬성했다는 결과도 제시했다.
정부는 성분명 처방을 유일한 해법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생산·원료·유통·사용 단계별 대책을 병행하면서, 성분명 처방은 필수의약품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직역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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