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상경·국회 방문까지 이어진 사안에 반복된 거리두기

[더팩트ㅣ여수=고병채 기자] 전남 여수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도민공청회에서 여수MBC 순천 이전 논란 등 지역 현안에 대한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의 인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 여수에서 열린 도민공청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여수시의회 4선 의원 출신인 고효주 여수시의정동우회 이사장은 여수MBC 순천 이전과 순천만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위법성 논란을 함께 제기하며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고 이사장은 "반세기 동안 여수에서 성장해 온 여수MBC를 순천시가 가져가려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사실상 방관자로 머물러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남·광주 행정통합 이후 균형 발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수MBC 문제는 단순한 방송사 이전이 아니라, 향후 광역 행정 체제 속에서 여수가 어떤 위상과 역할을 갖게 될지를 가늠하는 잣대"라며 "동부권 내부의 공공 인프라 균형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 이사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계원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특별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전남도의 관리·감독 책임을 따져 물었다.
질의가 끝나자 현장에 참석한 여수시민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국비 195억 원, 도비 78억 원 등 총 390억 원이 투입된 순천만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에서 문체부는 사전 승인 없는 방송통신시설 신축을 보조금 목적 외 사용으로 판단해 지난해 12월 24일 변경 계획을 불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는 추가 조사를 위해 상급 지방자치단체인 전남도와 협조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라며 "도비 78억 원이 투입된 사업에서 위법성이 드러났는데도 도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관리·감독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여수 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에는 공감한다"라면서도 문체부 특별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아울러 김 지사는 "행정통합 공청회 자리에서 즉답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설명이나 조치 계획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답변은 공청회 현장에서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여수MBC 순천 이전 문제와 순천만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 논란은 이미 국회와 지역 사회에서 수차례 공론화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남 여수을)이 2025년 국정감사에서 순천시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이후, 강용명 여수여해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13일 여수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 지사의 여수 비전투어 질의응답 과정에서 "도비가 투입되는 공간에 여수MBC가 들어가는 것이 특혜 아니냐"며 같은 사안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작은 부분"이며 "사인 간의 일"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또한 여수MBC 이전을 둘러싸고 백인숙 여수시의회 의장과 문갑태 부의장은 삭발 투쟁과 상경 집회, 국회 방문,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본사 항의 방문에 나섰고, 여수MBC 순천 이전 저지를 위한 토론회와 결의대회, 시민들의 거리 행진까지 이어지며 이 사안은 장기간 지역 현안으로 지속돼 왔다.
이처럼 시민·의회·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가 반복돼 왔음에도, 김 지사가 문체부 조사와 관련해 "처음 듣는다"고 밝힌 데 대해 지역 사회에서는 두 가지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핵심 지역 현안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며 책임을 회피해 왔다는 지적과, 장기간 이어진 지역·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조차 공유받지 못했을 정도로 도정의 현안 관리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행정통합은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렇게 중요한 사안에서 도지사의 인식이 지역 현실과 이렇게 괴리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공감의 말이 아니라, 왜 지금까지 아무 조치가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인숙 여수MBC 순천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여수MBC 문제는 민간 기업 이전이 아니라 도비가 투입된 공공사업과 직결된 행정 책임 사안"이라며 "전남도는 더 이상 '사인 간의 일'이라는 표현 뒤에 숨지 말고, 도 차원의 감사 실시와 공사 중단, 보조금 환수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민주당 중앙당을 상대로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필요하다면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과 수사 의뢰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며 "여수 시민의 공동 자산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kde3200@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