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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울진 '핑크수소', 지방 소멸 파고 넘는 거대한 전환점 되길
23일 울진 덕구온천호텔에서 '2026 울진 청정수소 포럼'이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울진군
23일 울진 덕구온천호텔에서 '2026 울진 청정수소 포럼'이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울진군

[더팩트ㅣ울진=김성권 기자] 지난 23일 경북 울진 덕구온천호텔에서 열린 '2026 울진 청정수소 포럼'은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선 한 지자체가 던진 절박하면서도 날카로운 응답이었다.

100여 명의 관계자가 내뿜은 열기는 단순히 신산업에 대한 기대를 넘어, '원자력'이라는 기존 자산에 '수소'라는 미래 가치를 덧입혀 지역의 명운을 바꿔보겠다는 강한 의지의 발현이었다.

그동안 울진은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원전 도시'였다. 그러나 국가 전력 공급 핵심 기지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키울 동력은 제한적이었다.

이제 울진은 그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꾸려 하고 있다. 원전의 안정적인 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이른바 '핑크수소'를 통해 에너지 공급지에서 에너지 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단순히 발전소 운영에 머물지 않고 고부가가치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의 산업 지형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적 승부수다.

이번 포럼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정주(定住)'였다. 과거 많은 지자체가 대규모 공장이나 산업단지 유치에만 매몰되어 정작 그곳에서 일할 사람들의 삶을 놓쳤던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울진군과 경일대학교가 손잡고 운영하는 '교육-취업-정주'의 선순환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3일 울진 덕구온천호텔에서 '2026 울진 청정수소 포럼'이 열린 가운데 울진군이 동해안 청정수소 클러스터 구축과 연계한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울진군
23일 울진 덕구온천호텔에서 '2026 울진 청정수소 포럼'이 열린 가운데 울진군이 동해안 청정수소 클러스터 구축과 연계한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울진군

지역 대학이 현장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고 그들이 지역 내 수소 기업에 취업해 다시 개선된 정주 여건 속에서 가정을 꾸리는 구조. 이 고리가 단단해질 때 비로소 인구 유입은 통계 수치를 넘어 지역의 활력으로 치환된다.

교육발전특구와 연계한 인재 양성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울진 수소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울진의 비전은 행정구역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다. 포럼에서 강조된 '동해안 청정수소 클러스터'는 울진을 중심으로 인근 지자체와 산업 생태계를 공유하는 광역적 연대를 지향한다.

이는 지방 소멸 시대에 개별 도시가 각자도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관광과 주거, 교육 여건 개선을 수소 산업과 결합해 지역 전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은 울진을 넘어 경북 동해안권 전체의 미래 지도라 할 만하다.

"청정수소 산업은 젊은 인구가 돌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울진군의 확신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국가산단의 신속한 안착은 물론, 기업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과감한 규제 혁신과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2026년 1월, 울진이 던진 '수소 카드'는 이제 막 테이블 위에 올랐다. 이 카드가 지방 소멸의 위기를 타개할 마스터키가 될지, 아니면 일회성 구호에 그칠지는 결국 이 원대한 구상을 얼마나 치밀하고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울진의 '핑크수소'가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에 길이 남을 가장 성공적인 반전 드라마가 되기를 기대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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