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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대응·관리 부실…'2080 치약'이 흔든 애경산업 리스크
중국산 2080 치약 6종서 '트리클로산' 검출
애경산업 측 "도미사, 해당 성분 사용 실질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애경산업의 일부 중국산 '2080 치약' 제품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트리클로산이 검출됐다. /이새롬 기자
애경산업의 일부 중국산 '2080 치약' 제품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트리클로산이 검출됐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애경산업의 중국산 '2080 치약' 제품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 검출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애경산업을 향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위해 발생 우려는 제한적이지만 회수보고 지연과 해외 제조소 관리 부실 문제가 불거지며 기업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한 모양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사용이 제한된 성분인 '트리클로산' 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회수 조치를 지연한 애경산업에 대해 행정처분과 수사의뢰를 검토 중이다. 아울러 문제가 된 제품과 관련해 수입 업무 정지 등 추가 제재 가능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2023년 2월 이후 제조돼 국내로 수입된 2080 치약 6종을 검사한 결과, 생산 단위를 뜻하는 870개 제조번호 중 87%에서 최대 0.16%의 트리클로산이 검출됐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0.3% 이하를 안전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식약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제조한 2080 치약 128종에서는 트리클로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앞서 애경산업은 지난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 제품 중 일부 '중국 Domy(제조업자)를 통해 제조해 수입, 판매한 치약 6종'에서 보존제 성분인 트리클로산이 미량 혼입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알렸다. 트리클로산은 향균 효과가 있어 과거 치약의 보존제나 소독제로 사용돼왔으나 햇볕에 노출될 경우 발암물질로 분해될 수 있어 국내에선 지난 2016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논란의 핵심은 '회수 대응 시점'이다. 현행법상 판매업체는 제품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경우 5일 이내에 회수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애경산업은 지난달 19일 비정기 검사 과정에서 트리클로산 검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법정 기한을 넘겨 이달 5일에야 회수계획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자발적 회수에 들어갔으나 문제가 된 제품이 국내에서 2년 6개월 동안 판매됐으며 매장에 여전히 진열돼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애경산업 관계자는 "유통 환경의 특성상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된 물량을 2900만개로 파악하고 있으며 다음 달 4일까지 전량 회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수 제품은 2080베이직치약, 2080데일리케어치약, 2080스마트케어플러스치약, 2080클래식케어치약, 2080트리플이펙트알파후레쉬치약, 2080트리플이펙트알파스트롱치약 등 총 6종이다. /애경산업 홈페이지 캡처
회수 제품은 2080베이직치약, 2080데일리케어치약, 2080스마트케어플러스치약, 2080클래식케어치약, 2080트리플이펙트알파후레쉬치약, 2080트리플이펙트알파스트롱치약 등 총 6종이다. /애경산업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된 2080 치약은 중국 제조사 '도미(Domy)'사에서 생산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도미사는 지난 2023년 4월부터 치약 제조 장비의 소독·세척 과정에서 트리클로산을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장비에 남아있던 성분이 제품에 혼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애경산업이 지난 2023년과 2024년 각각 한 차례씩 중국 현지 공장을 방문해 점검을 진행하고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애경산업은 해외 제조소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도미사를 방문해 제조 공정, 원부자재 관리, 위생 관리 전반에 대해 점검을 진행했다"며 "다만 도미 측에서 제조장비의 소독(세척) 과정에서 트리클로산 성분의 사용은 당사와 사전 협의 및 설명이 없었으며 해당 성분이 사용되는지 여부까지 확인하기에는 실질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회수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절차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미사에 대한 책임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애경산업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2080 치약 중 문제가 된 제품은 중국산 6종에 불과하지만 브랜드 전반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SNS를 기반으로 애경 브랜드 불매를 촉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으며 과거 '가습기 살균제' 악몽이 겹쳐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점도 부담이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3분기 매출 1693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23.6% 감소했다. 여기에 태광그룹 인수를 앞둔 상황에서 리스크가 불거지며 투자자와 시장의 시선도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애경산업 측은 "무엇보다 회수 절차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조사 결과에 따른 모든 절차에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늑장 대응과 해외 제조소 관리 부실 논란이 동시에 제기된 만큼 단순한 해명을 넘어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과 신뢰 회복 전략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위해성이 낮다는 판단과 별개로 2080처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일수록 단일 품목 이슈가 그룹 전체 이미지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사용 금지 성분을 점검하는 내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ul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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