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입틀막 안 돼" vs 친청 "당원과의 약속"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전 당원 1인 1표제'를 두고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19일 공개 충돌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최고위원들이 1인 1표제 관련 잡음을 차단하려는 당 지도부에 반발했고, 여기에 친정청래(친청)계가 맞서면서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았던 옛 선비의 지혜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난달 1인 1표제가 부결됐던 의미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당시 부결에 담긴 의미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오해의 소지를 없애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최고위원은 "선거 룰을 개정한 당사자들이 곧바로 그 규칙에 따라 선출된다면 셀프 개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1인 1표제를 도입하되, 적용 시점은 다음 전당대회 이후로 하는 것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하면 된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당원들께 적용 시점과 절차에 대한 의견을 묻고 그 결론을 당이 공개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당원 1인 1표제는 '표의 등가성'을 내세워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같은 1표로 맞추는 게 핵심이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은 현행 20 대 1 이하인데, 이를 1 대 1 비율로 맞추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자신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권리당원 영향력을 확대해, 연임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황 최고위원의 발언은 1인 1표제 제정에는 찬성하지만, 이 것이 정 대표 연임에 이용된다는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적용 시점을 조절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지난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통해 지도부에 입성한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즉각 반박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당원 주권 시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1인 1표제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 직선제를 주장했던 점을 언급하며 "대선에 유리해지기 위한 정치적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국민들께서 선택해 주셨다"고 강조했다.
문정복 최고위원도 "최고위원 보궐선거 과정에서 4~5명의 후보들은 전적으로 전 당원 1인 1표제에 대해서 찬성을 했다. 그것이라면 저는 총의가 모아졌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와서 다른 부차적인 이유로 이것을 다시 보류하거나 다시 문제를 삼는 것은 그동안 당원들에게 이야기했던 민주당의 약속을 져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차기 지도부부터 이것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프레임을 만드는 일인 것이고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친명계인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 1표제 관련 토론이 보장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당원 주권 원칙에 따른 1인1표제에 대해서 저도 찬성을 하고 또 찬성을 했지만 그 시행을 둘러싼 의도,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토론이 굉장히 활발한 것 같다"며 "이런 토론을 일각에서 해당행위 운운하며 '입틀막'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신을 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앞서 있었던 박수현 수석대변인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박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진행한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사안(1인 1표제 당무위원회 상정)을 갖고 마치 이견이 있던 것처럼 언론에 다른 말씀을 어떤 의도를 갖고 하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런 논란을 촉발시켜 연일 당권투쟁과 같은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좀 더 가면 '해당 행위'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최고위에서 정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인 1인1표제 도입을 재추진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고위에서 비공개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박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 친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해당 행위로 규정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1인 1표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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