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 8500~1만원·750만주 공모

[더팩트|윤정원 기자] 2026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첫 주자로 나선 덕양에너젠이 상장 절차 초입부터 고평가 논란에 휘말렸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전력·중공업 비중이 큰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서, 아직 실적 기여가 제한적인 수소 사업 가치를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덕양에너젠은 이날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 주식 수는 750만주, 희망 공모가 밴드는 8500~1만원이다. 공모금액은 637억~75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상장 대표 주관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맡았다.
덕양에너젠은 2020년 설립된 산업용 수소 정제·공급 업체다. 정유·석유화학 및 클로르-알칼리(CA)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원료로 받아 고순도(4N급) 수소로 정제해 산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본점은 전남 여수에 두고 여수 1·2공장과 전북 군산 공장 등을 운영 중이다.
실적은 흑자다. 매출은 2021년 702억원에서 2024년 1374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4억원에서 6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시장의 문제 제기는 실적 자체보다 공모가 산정 논리, 즉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방식에 집중돼 있다.
논란의 핵심은 비교기업 구성이다. 덕양에너젠은 공모가 산정에서 효성중공업과 제이엔케이글로벌을 피어로 두고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배수를 적용했다. 두 회사의 작년 3분기 기준 EV/EBITDA는 각각 26.25배, 34.39배로 평균 30.32배 수준이다. 시장에선 "사업 구조와 수익 기반이 다른 기업의 배수를 가져와 몸값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전력기기·중공업 비중이 큰 회사다. 수소충전소·액화수소 등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별도 수소 매출이 공시될 정도의 실적 기여는 확인하기 어렵다. 주가 역시 수소보다는 전력기기 업황 개선 기대에 더 크게 반응해 왔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수소 매출이 확인되지 않는 기업을 비교군에 포함해 수소 프리미엄을 얹었다는 시선이 형성됐다.
이에 덕양에너젠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순수 산업용 수소 제조를 본업으로 하는 상장사가 많지 않아 비교기업 풀이 제한적"이라며 수소 밸류체인 전반으로 비교 대상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을 포함한 배경으로는 액화수소 설비·수소충전소 구축 이력과 플랜트(EPC) 역량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투자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 덕양에너젠이 '2026년 1호 IPO'라는 상징성을 안고 공격적인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점은 시장과의 눈높이 차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첫 주자라면 오히려 기준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설득보다는 밀어붙이기 인상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선 공모가 수준뿐 아니라 상장 직후 수급 부담까지 함께 따지려는 시선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공모 구조에 대한 시선도 덕양에너젠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공모는 전량 신주 모집으로 구주매출은 없지만,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과 보호예수 비율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 첫 딜이라는 점에서 기관들은 가격뿐 아니라 유통 물량 부담까지 함께 따져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관건은 수요예측 결과다. 고평가 논란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공모가는 밴드 하단으로 쏠리거나 눈높이를 더 낮춰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연초 1호 딜은 이후 공모주 시장의 기준점이 된다"며 "설명 가능한 밸류인지, 납득 가능한 비교인지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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