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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프로보노', '다만'으로 시작해 '따라서'로 끝나는
'미스 함무라비'·'악마판사' 문유석 작가의 귀환 
낡은 판례 깨부수는 공익변호사들의 사투


문유석 작가가 세 번째 작품 '프로보노'로 돌아온 가운데 이번에도 현실과 맞닿아 있는 소재로 공감을 이끌고 있다. /tvN
문유석 작가가 세 번째 작품 '프로보노'로 돌아온 가운데 이번에도 현실과 맞닿아 있는 소재로 공감을 이끌고 있다. /tvN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법정에서 판결문을 듣는 이들이 가장 숨죽이는 순간은 '다만'이라는 접속사가 등장할 때다. "피고의 죄질이 나쁘다. 다만…"으로 시작되는 문장은 형량의 반전을 예고하고, 그 끝에 붙는 '따라서'는 누군가에겐 구원을, 누군가에겐 좌절을 선사한다.

'미스 함무라비' '악마판사'를 집필했던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는 새 작품 '프로보노'에서도 법의 비정한 빈틈이나 이면을 조명한다. 제도의 모순과 맞서는 공익변호사들의 분투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다만' 그가 그려낸 세계는 체념으로 끝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판타지처럼 보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가장 현실적인 희망을 남긴다.

지난달 6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프로보노'(극본 문유석, 연출 김성윤)는 출세에 목맨 속물 판사가 본의 아니게 공익변호사가 돼 초대형 로펌 구석방, 매출 제로 공익팀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좌충우돌 휴먼 법정물이다.

제목인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의 약어로 주로 변호사가 소외계층을 위해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동명의 제목을 단 드라마 '프로보노' 역시 이 의미를 그대로 담아 수임료 제로, 매출 제로의 현실에서도 공익 소송에 헌신하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회 4.5%로 시작한 시청률은 자체 최고 9.1%까지 올랐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문제의식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판타지가 공감을 이끌어낸 결과다.

앞서 JTBC '미스 함무라비'(2018), tvN '악마판사'(2021)를 집필한 실제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는 이번에도 사법 현장을 잘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현실적인 소재를 꺼내 들었다. 다만 결론은 냉혹한 현실 재현이 아닌 주로 희망을 선택한다. 때문에 판타지에 가깝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문유석 작가가 꿈꿨던 사법의 이상 세계가 선명하게 투영돼 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은 사건을 선정한 뒤 법을 잘 아는 두 인물, 우명훈(최대훈 분)과 강다윗(정경호 분)을 내세워 현실과 이상을 대비한다. 우명훈은 법이 보호하지 않는 영역과 제도의 빈틈을 교묘히 파고들며 현실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반면 강다윗은 정공법과 변칙을 넘나들며 "최소한의 예외는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기존 질서 안에서 싸우되, 그 질서 자체가 낡았음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tvN 토일드라마 '프로보노'가 2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10%를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tvN
tvN 토일드라마 '프로보노'가 2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10%를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tvN

특히 판례를 마치 수학 공식처럼 대입해 기계적인 판결을 내리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다. 이는 앞서 "현행 형량이 평균 수명 50세 시대에 맞춰 정해진 탓에 지나치게 낮고, 기준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던 문유석 작가의 실제 목소리가 작품을 통해 터져 나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작품이 비추는 곳은 비단 소외된 의뢰인들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손을 잡으려는 공익변호사들이 처한 구조적 사각지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전관예우라는 사법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짚는다.

궁극적으로 '프로보노'는 '법'은 완성된 체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바뀌어야 할 대상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특히 극 중 "이번엔 질 수도 있죠. 근데 말이에요. 지더라도 오늘의 패배를 발판으로 세상은 반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다음번에 누군가는 거기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거고요"라는 강다윗의 대사는 작품이 지향하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문유석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판사 시절 끝내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낸 것처럼 보인다. 현실을 잘 알기에 가능한 상상, 그래서 더 설득력 있는 판타지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프로보노'는 오는 11일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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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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