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완성은 관객들의 몫…제 재능은 노력"

[더팩트|박지윤 기자] 타고난 재능과 센스로 쌓아 올린 결과물인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새로운 곳에 뛰어들며 자신을 갈고닦은 확신의 노력파였다. 그리고 '만약에 우리'로 첫 멜로에 도전해 새로운 얼굴을 성공적으로 꺼내며 또 한 번의 성장을 일군 배우 구교환이다.
구교환은 영화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 개봉을 앞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영화의 완성은 관객이라고 생각해서 지금도 작품을 찍고 있는 기분이다. 이제서야 영화가 완성돼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12월 31일 스크린에 걸린 '만약에 우리'는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구교환 분)와 정원(문가영 분)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의 흔적을 펼쳐보는 현실 공감 연애를 그린다. 2020년 중국 멜로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오른 '먼 훗날 우리'(2018)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장편 데뷔작 '82년생 김지영'(2019)을 선보였던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먼저 구교환은 '만약에 우리'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그는 "재밌다는 주변의 반응이 많아서 스토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선물처럼 시나리오를 받았다. '너의 의미'처럼 좋은 리메이크곡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먼 훗날 우리'는 저희 작품이 개봉하면 꼭 챙겨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10여 년 만에 비행기에서 우연히 마주친 은호와 정원을 시작으로,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옛 연인이 사랑과 이별의 시간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담아낸다.
이 가운데 삼수를 거쳐 컴퓨터 공학과에 재학 중인 은호로 분한 구교환은 첫사랑의 설렘부터 이별 후 밀려오는 후회까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복합적인 감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10년이 흐른 후 뜻하지 않은 재회의 순간이 주는 찰나의 반가움과 슬픔 그리고 떨림을 오직 그만의 연기로 깊이 있게 살려내며 작품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섬세하게 들으려고 했어요. 입구와 출구가 정해진 상태에서 컷마다의 연기를 다르게 하려고 레벨을 세밀하게 조절했고요. 배우로서도 존경하는 선배여서 믿음과 신뢰가 있었고, 화면 안에 인물로서 존재할 수 있게끔 많이 열어주셨어요. (저의 활약은) 김도영 감독님의 몫이 컸고, 나머지는 문가영의 연기 덕분이었어요. 우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그렇게 오열할 줄 몰랐거든요. 가영의 표정을 보니까 서럽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상대에게 영감을 주는 좋은 배우죠."
무엇보다 '만약에 우리'는 실제로 14살 차이가 나는 구교환과 문가영이 또래를 연기하며 멜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비주얼 합은 관객들이 보시는 거고 저는 안에 있는 엔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둘 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사랑하고 같은 RPM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을 전달해 줘서 여러 번 테이크를 가도 처음 연기하는 것처럼 만들어주셨죠. 정말 리스펙해요. 다음에는 다른 장르로 만나자고 했어요."

이날 김도영 감독과 문가영에게 모든 공을 돌린 구교환이다. 그럼에도 작품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만큼, 인물의 외면과 내면에 긴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납득할 수 있게 담아내기 위해 그의 많은 노력과 생각이 들어갔을 것으로 짐작됐다.
"머리가 유광이냐 무광이냐부터 가르마 등, 의상과 머리가 그라데이션으로 자연스럽게 변해요. 현재와 과거의 은호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노력이 있었어요. 너무 감사하죠. 그리고 저는 10년이 지나서도 은호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도 10년 만에 만난 친구랑 대화하다 보면 예전 모습들이 나오잖아요. 정원이가 기억하는 예전 은호의 모습과 대사 톤, 장난스러운 면모 등이 튀어나오게 노력했어요."
작품은 은호와 정원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취업 실패와 경제적인 어려움 등 각박한 현실에 계속 부딪히는, 꿈을 좇는 청춘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모습도 담으며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그 시기를 관통한다. 이에 구교환도 "소위 말하는 팔리는 게임을 만들지 못했던 은호와 팔리는 시나리오를 쓰지 못했던 제가 공감됐다. 그리고 이건 껍데기만 게임과 영화일 뿐, 현재 청년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저도 영화 연출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늘 '이런 이야기가 되겠어?'라는 코멘트를 들어요. 이렇게 계속 제작에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나다움을 잃지 말아야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다 꺼내먹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매번 실패하지만 거기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 저에게는 제작되지 못한 수많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언젠가 사용될 거거든요. 글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언제든 쓰이더라고요. 맛있는 타바스코처럼 제 시나리오 냉장고에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꺼내먹을 수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만약에 우리'를 "아이러니하지만 잘 이별했기 때문에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은호가 취업에 성공하고 아버지가 된 것도 모두 해피엔딩인 것 같다. 우리 작품은 잘 이별하는 법을 보여주는 청춘 영화"로 정의했다.

2008년 영화 '아이들'로 데뷔한 구교환은 영화 '반도' '모가디슈' '탈주', 넷플릭스 'D.P.' 시리즈와 '기생수: 더 그레이' 등에 출연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함은 물론 자신만의 유니크함과 소년미로 인물과 작품에 생생함을 불어넣으면서 대체 불가한 입지를 다졌다.
이는 타고난 재능이 아닌 꾸준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 그는 "소년미보다는 그 역할에 찰떡이고 싶은 욕망과 야망이 그렇게 저를 만드는 것 같다"며 "저는 성장캐고 제 재능은 노력이다. 늘 책임감을 갖고 장면을 생각한다. 드리블을 잘하는 선수들이 계속 드리블을 연습하는 것처럼 저도 제 방식으로 계속 훈련하고 노력한다. 연설 장면이라면 소리 내서 외쳐보고 날것의 장면이라면 절반만 준비하는 등 그 장면에 어울리는 훈련과 준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에 우리'로 2025년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게 된 구교환은 연상호 감독의 '군체'부터 이옥섭 감독과 공동 연출한 '너의 나라',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 '폭설' 등 여러 차기작으로 대중과 만나며 그 누구보다 바쁜 2026년을 보낼 예정이다.
"멀리 있는 배우가 아니라 내가 아는, 주변에 있는 사람처럼 남고 싶어요. 작품 리딩할 때 '당신의 주변인입니다'라고 인사하는데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해지죠. 저는 대단히 소극적이고 내향적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무언가를 표현하고 나를 외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 두 개가 공존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