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발표를 후보 발표로 오해하는 해프닝도 벌어져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시상식에서 많은 사람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는 것과 상을 남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2025 SBS 연기대상'은 후자에 가까웠다.
SBS는 2025년 12월 31일 오후 8시 50분부터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돋보이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와 작품을 선정하는 '2025 SBS 연기대상(이하 연기대상)'을 진행했다. 이제훈에게 대상이 돌아간 가운데, 장르 쪼개기와 더불어 공동 수상이 쏟아져 상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수상자 발표가 후보 호명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정도다.
'연기대상'의 진행은 코미디언 신동엽과 배우 채원빈 허남준이 맡았다. 채원빈과 허남준은 각각 2026년 방영 예정인 SBS 드라마 '오늘도 매진했습니다'와 '멋진 신세계'에 출연할 예정이다.
'대상'은 '모범택시3'의 이제훈 차지였다. '2025년 SBS 최고의 배우'를 공인받은 이제훈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강보승 감독님의 첫 연출작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끝까지 이끌어줘서 고마웠다. 사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무지개운수 식구들이 많이 토닥여줘서 여기까지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스태프들 한 분, 한 분이 안 계셨으면 이 작품은 없었을 것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시즌3까지 오면서 더 잘하고 싶어서 끝까지 집요하게 편집과 후시 녹음 등 모든 과정에 의견을 내면서 후반 작업팀도 많이 괴롭혔다. 이 상을 받기까기 김도기 캐릭터를 만들어준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제훈은 "연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너무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여기까지라고 느껴질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팬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이 시리즈가 5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 덕분이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 액션에 여러가지 장르가 섞이는데도 시청자분들이 믿어줘서 많은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었다. 시청자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대상'과 함께 관심을 모은 '올해의 드라마상'은 '모범택시3'가 차지했다. '모범택시3'의 연출을 맡은 강보승 감독은 "태어나서 처음 이런 이야기를 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시청자 여러분이 없었으면 이 브랜드가 유지되지 않았을 거다. 항상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우들에게 감사하고 특히 험한 역할인데도 빌런을 맡아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현장 스태프와 후반 작업팀 모두 감사하다"며 "답답하고 억울한 일이 많은 한 해 였는데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는 드라마다. 우리도 한 명의 시민으로 스토리가 더 와 닿았다. 마지막회가 진짜 재밌으니까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이날 '연기대상'에서 '대상'과 '올해의 드라마상'보다 더 시선을 모은 수상 부문은 '신인 연기상'이었다. '남녀 신인 연기상'에서 무려 8명이 수상자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먼저 남자 부문에는 '트라이'의 김단, '키스는 괜히 해서!'의 김무준, '보물섬'의 차우민, '사계의 봄'의 하유준이 수상했다.
김단은 "사랑하는 형, 누나와 촬영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상까지 받아 더 좋다. 앞으로 좋은 연기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김무준은 "값진 상 감사하다. 모든 배우 스태프 관계자분들 감사하다. 더 열심히 살아보겠다", 차우민은 "엄마 아빠 사랑한다. 작년에 같이 TV를 봤는데 오늘은 상 받았다. 감사하다", 하유준은 "많은 선배 앞에서 말하게 돼 기쁘다. 스태프분들 정말 감사하다. 2026년 더 멋있는 해로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자 부문은 '우리영화'의 김은비, '트라이'의 박정연, '키스는 괜히 해서!'의 우다비, '보물섬'의 홍화연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김은비는 "아직도 촬영장에서 느낀 온기가 여기 남아 있다. 요즘 연기가 너무 좋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박정연은 "이 상은 '트라이' 팀 모두가 같이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 축하한다", 우다비는 "행복하다. 스태프와 가족 모두 사랑한다. 신인상 받은 만큼 열심히 하겠다", 홍화연은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상까지 줘서 감사하다. '보물섬'은 정말 보물 같은 작품이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각각 말했다.
많은 수상자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남자 부문 수상자가 발표됐으나 배우들이 이를 후보 발표로 오해해 시상대에 오르지 않은 것이다. 결국 MC를 맡은 신동엽이 "지금 후보 발표가 아니라 수상자 발표다. 모두 올라오면 된다"고 알려 주고 나서야 배우들에게 트로피를 전달할 수 있었다.
한술 더 떠 주요 수상 부분인 '최우수 연기상'과 '우수 연기상', '조연상' 등은 등록된 작품 수가 10편 밖에 되지 않음에도 '미니시리즈 휴먼·판타지', '미니시리즈 장르·액션', '미니시리즈 멜로드라마', '미니시리즈 로맨틱 코미디'의 4개 부문으로 나눴다.
이에 따라 '최우수 연기상'과 '우수 연기상', '조연상'은 공동 수상 포함 총 25명이 나왔고, 개인 수상 부문 중에서 최고의 영광으로 치는 주연상에 해당하는 '최우수 연기상'도 8명이 탄생했다.

'미니시리즈 휴먼·판타지 부문'에서는 '귀궁'의 육성재와 '귀궁'의 김지연이, '미니시리즈 멜로드라마 부문'에서는 '나의 완벽한 비서'의 이준혁과 '나의 완벽한 비서'의 한지민이, '미니시리즈 장르·액션 부문'에서는 '보물섬'의 박형식과 '사마귀' 고현정이, '미니시리즈 로맨틱 코미디 부문'에서는 '우주메리미'의 최우식과 '우주메리미'의 정소민이 각각 '남녀 최우수 연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경쟁작이 없으니 후보 공개 없이 곧바로 수상자를 발표한 것은 소소한 웃음 포인트였다
영화 시상식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오스카 시상식 남우 주연상 트로피를 얻기 위해 10년 이상 도전을 이어가 4수 끝에 겨우 수상에 성공할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례처럼 '연기대상'의 '남녀 최우수 연기상'이 과연 배우들에게 '정말로 손에 넣고 싶은 트로피'라는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트로피 수만큼 늘어난 시상식 진행 시간도 배우들에게 고역이다. 이날 MC 신동엽이 신년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는 사이 배우들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당이 떨어졌다"며 초콜릿 등을 섭취하느라 인터뷰를 요청받은 배우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되기도 했다.
개중에는 상의 크기와 별개로 특별한 수상 소감으로 주목받은 수상자도 있었다. '미니시리즈 멜로드라마 부문'에서 '남자 조연상'을 받은 고건한은 "오늘 안성기 선배 기사를 봤다. 우리 어머니도 같은 혈액암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안성기 선배도 그렇고 우리 어머니도 분명 쾌유할 거라고 믿는다. 내가 어머니 곁에서 케어하면서 그렇게 만들겠다. 다들 겨울철 난방비 조심하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해 감동을 선사했다.
또 '베스트 팀워크상'을 수상한 '트라이'의 한양체고 럭비부는 "감사 인사를 전하라고 준 상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큰절 한 번 올리겠다"는 짧고 굵은 소감과 함께 큰절을 올리고 시상대를 내려가 큰 웃음을 선사했다.

더불어 '연기대상'도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故이순재를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해 추모에 동참했다. 고인을 위한 추모 영상과 함께 공로상 수상자로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현장의 모든 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이어 신동엽은 "하늘에서 영원히 빛나고 있을 이순재 선생님에게 이 상을 꼭 전해드리겠다. 그리고 연극계의 거목 윤석화 선배님과 올해 유명을 달리한 모든 배우분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추모했다.
축하무대는 가수 황가람과 NCT WISH, 무용가 기무간, '트라이'의 한양체고 럭비부 팀이 맡았다. 오프닝을 장식한 NCT WISH는 드라마 '우주메리미' OST인 '이 세상 끝까지'를 선곡해 직접 출연 배우들에게 꽃을 전달하는 센스있는 퍼포먼스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2부 오프닝에서는 기무간이 드라마의 장면을 무용으로 재해석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트라이'팀은 황가람과 함께 '나는 반딧불'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펼쳐 드라마의 감동을 재현했다.
다음은 '2025 S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명단이다.
▶ 대상 = '모범택시3' 이제훈
▶ 디렉터즈 어워드 = 윤계상
▶ 올해의 드라마상 = '모범택시3'
▶ 신인 연기상 여자 = '우리영화' 김은비, '트라이' 박정연, '키스는 괜히 해서!' 우다비, '보물섬' 홍화연
▶ 신인 연기상 남자 = '트라이' 김단, '키스는 괜히 해서!' 김무준, '보물섬' 차우민, '사계의 봄' 하유준
▶ 베스트 커플상 = '키스는 괜히 해서!' 장기용 & 안은진
▶ 베스트 팀워크상 = '트라이' 한양체고 럭비부
▶ 베스트 퍼포먼스상 = '모범택시3' 김의성
▶ 신스틸러상 남자 = '모범택시3' 윤시윤
▶ 신스틸러상 여자 = '나의 완벽한 비서', '사계의 봄' 서혜원
▶ 공로상 = 故이순재
미니시리즈 휴먼·판타지 부문
▶ 최우수 연기상 여자 = '귀궁' 김지연
▶ 최우수 연기상 남자 = '귀궁' 육성재
▶ 우수 연기상 여자 = '귀궁' 차청화
▶ 우수 연기상 남자 = '트라이' 김요한, '귀궁' 김지훈
▶ 조연상 여자 = '귀궁', '트라이' 길해연
▶ 조연상 남자 = '트라이' 이성욱
미니시리즈 장르·액션 부문
▶ 최우수 연기상 여자 = '사마귀' 고현정
▶ 최우수 연기상 남자 = '보물섬' 박형식
▶ 우수 연기상 여자 = '모범택시3' 표예진
▶ 우수 연기상 남자 = '사마귀' 장동윤
▶ 조연상 여자 = '사마귀' 한동희
▶ 조연상 남자 = '보물섬' 이해영
미니시리즈 로맨틱 코미디 부문
▶ 최우수 연기상 여자 = '우주메리미' 정소민
▶ 최우수 연기상 남자 = '우주메리미' 최우식
▶ 우수 연기상 여자 = '키스는 괜히 해서!' 안은진
▶ 우수 연기상 남자 = '키스는 괜히 해서!' 장기용
▶ 조연상 여자 = '우주메리미' 신슬기
▶ 조연상 남자 = '우주메리미' 서범준
미니시리즈 멜로드라마 부문
▶ 최우수 연기상 여자 = '나의 완벽한 비서' 한지민
▶ 최우수 연기상 남자 = '나의 완벽한 비서' 이준혁
▶ 우수 연기상 여자 = '우리영화' 전여빈
▶ 우수 연기상 남자 = '나의 완벽한 비서' 김도훈
▶ 조연상 여자 = '나의 완벽한 비서' 이상희
▶ 조연상 남자 = '나의 완벽한 비서' 고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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