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부도 '떨떠름'…인사청문회 난타전 불 보듯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발탁을 둘러싼 정치권 파장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규정해 신속 제명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보수 인사인 이 전 의원이 이재명 정부의 예산 정책 기조를 맞출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새 나오고 있다. 여야 어느 쪽으로부터도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 후보자 상황상, 한층 험난한 인사청문회가 예상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여야 모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보수당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역임하는 등 수많은 혜택을 누린 이 전 의원이 '배신'을 했다며 격양된 모습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이혜훈 지명자에 대해 "당의 지원을 받는 일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단물을 빼 먹다가, 기획예산처 장관 자리를 차지하려고 이재명 정권의 앞잡이가 됐다"며 "배신자, 영혼을 팔아 자리를 구걸한 저열한 인간"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보수정당 3선 의원 출신인 이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파격 발탁했다. 이 전 의원은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해 국가미래전략특위 위원장으로 일했으며, 올해 대선 국면에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중구·성동구을에 출마했다.
이혜훈 후보자 지명이 알려진 직후 국민의힘에선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의원이자 현직 당협위원장이 당원들의 신뢰와 기대를 처참히 짓밟으며 이재명 정부에 거리낌 없이 합류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명백한 배신행위"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보수의 변절은 유죄다. (장관직) 시켜준다고 하느냐"며 이 후보자를 힐난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이 후보자를 제명했다. 이 후보자가 당협위원장으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적'이었던 이 후보자를 돌연 비호하게 된 민주당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공식적으로는 '탕평 인사'라며 이 후보자 지명을 호평하고 있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 외치고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후보자에게 정부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고 주장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문란에 찬동한 이들도 통합의 대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이 후보자 지명에 의문을 표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 대해 '통합 의지'라고 평가하면서도 "윤석열을 옹호했던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 분명하게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20년 이상 보수 정당에서 활동하면서 보수적 경제관을 고집해 온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곧장 발맞출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협업이 될지 모르겠다"며 "(이 후보자가) 자기 고집을 그대로 가져가면, 무조건 (다른 정부 인사들과) 트러블이 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자가 여야 모두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 한층 험난한 인사청문회가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향후 진행될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굉장히 험난할 것이다.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난타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지명이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전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불필요한 지출은 찾아내서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서 목표를 향해 매진하겠다"고 했다. 전날에는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를 성실하게 준비하고,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모든 일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xo9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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