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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법원 판단에 美 제련소 속도…최윤범, 경영권 분쟁 승기 잡나
법원, 영풍·MBK 신청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서예원 기자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19일 한 차례 심문기일을 진행한 바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전쟁부(국방부)·상무부와 손잡고 테네시주에 핵심광물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핵심광물 탈중국 공급망 확보를 추진하는 미국 정부는 우방국 기업인 고려아연과 손잡은 셈이다. 고려아연은 전략광물 안티모니 등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었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는 사업을 수행하는 합작법인(JV) 크루서블 JV를 설립하기로 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크루서블 JV가 고려아연 지분 약 10.59%를 취득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오는 26일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로 정했다.

그러자 영풍·MBK는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자체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최 회장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영풍·MBK 지분율은 약 45%, 최 회장 측은 한화와 LG화학 등 우호 세력을 합치면 약 30%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지분율 변동이 생긴다. 영풍·MBK 지분율은 41%로, 최 회장 측은 크루서블 JV 지분을 더하면 약 38%로 늘어난다. 영풍·MBK와 최 회장 측 지분 차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셈이다.

법원은 한진칼 사례를 무기로 삼은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진칼 사례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도 경영상 필요성이 있으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는 판례다. 최 회장 측은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영풍(위)과 고려아연 본사. /더팩트 DB·고려아연
영풍(위)과 고려아연 본사. /더팩트 DB·고려아연

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 영풍·MBK가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며 시작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매듭지어질지 관심을 두고 있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지분율 우위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호주 계열사를 통해 영풍 측과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막았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최 회장 측은 영풍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고, 영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사실상 미국 정부라는 든든한 백기사를 확보하면서 경영권 분쟁 승기를 굳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MBK는 지분율 우위를 바탕으로 당장 내년 3월 정기주총과 이후 여러 주총을 거쳐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영풍·MBK는 지분율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질 것으로 보이면서 고민에 빠질 전망이다. 영풍은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 환경 오염 논란을, MBK는 홈플러스 사태 등 리스크도 앉고 있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가 체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 자체적으로는 미국 제련소 설립으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10월 휴전 상태에 돌입하기는 했으나, 중국이 언제든지 핵심광물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 고려아연으로서는 든든한 소비처도 확보하게 됐다.

영풍·MBK는 이날 "(가처분) 절차를 통해 제기됐던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투자 계약의 공정성에 우려, 그리고 고려아연이 중장기적으로 부담하게 될 재무적·경영적 위험 요소가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가 미국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윈윈'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라며 "앞으로도 특정 개인이나 단기적 이해가 아닌 전체 주주와 회사 장기적 가치 극대화를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모든 제도적·법적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 미래 성장을 견인할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핵심광물 공급망 중추 기업으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경제 안보에도 이바지하겠다"라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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